매일신문

목소리 질환

목도 쉬지 않으면…'쉰 목소리' 납니다

고교 교사로 근무하는 김모(48) 씨는 목이 잠겨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증상에 시달렸다. 오전에는 조금 쉰 목소리로 수업할 수 있었지만 하루에 4시간 이상 수업을 하고 나면 도저히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렀다. 늘 목에 힘을 주고 고함치듯 말하는 습관이 문제였다. 목에 좋다는 차도 자주 마시고 말수도 줄였지만 좀처럼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김 씨는 병원에서 '성대결절' 진단을 받고 3개월에 걸친 발성(음성) 치료와 수술까지 받은 끝에 원래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목소리는 얼굴 생김새처럼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각자 다른 개성만큼이나 쉽게 변하는 게 목소리다. 목소리가 거칠어지거나 쉰 목소리가 나고, 떨리거나 심하게 잠기는 경우도 있다.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거칠고 쉰 목소리가 계속된다면 질병이 원인일 수 있다. 또 발성에 문제가 있는데도 무리하게 목을 사용하면, 목소리를 전혀 낼 수 없는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발성과 공명을 통해 나오는 목소리

목소리는 발성과 공명이라는 두 가지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발성'은 내뱉은 숨에 성대가 진동하면서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한다. 이 소리는 목의 인두강과 구강, 코의 비강에서 '공명' 과정을 거쳐 밖으로 나오게 된다. 기타에 비유하면 성대는 기타의 줄이고, 인두강과 구강, 비강은 기타의 울림통에 해당한다. 성대에서 만들어진 발성 소리는 공명 과정을 거치면서 훨씬 풍부하고 울림이 있는 소리로 바뀌게 된다. 목소리는 발성기관인 성대나 공명기관인 인두강, 구강, 비강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변하게 된다.

이 중 목소리의 고유한 특색을 결정하는 건 성대의 진동에 의해 생성되는 소리다. 속삭일 때는 성대를 이용하지 않고 내쉬는 숨으로 치아와 혀, 입술 등을 이용해 소리를 낸다. 그 덕분에 감기에 걸려 목이 부어도 작은 목소리로 말할 수 있다.

목소리를 별로 안 쓰던 사람이 장시간 말을 하거나, 무리해서 노래를 여러 곡 부르면 목소리가 가라앉거나 변하게 된다. 이는 성대가 평소보다 진동을 많이 하면서 마찰로 인해 성대 점막이 충혈되고 부어 정상적인 진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발성기관인 성대에 이상이 생기면 주로 쉰 목소리가 나고, 공명기관에 문제가 있을 경우 '코맹맹이'처럼 막힌 듯한 소리가 나게 된다.

◆무리하게 장기간 목소리 내면 탈 나

목소리를 변하게 만드는 원인은 주로 큰소리를 많이 내거나, 말을 너무 많이 하는 등 목을 무리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한 질환은 성대부종이나 성대결절, 성대용종 등이 대표적이다. 흡연이나 악성 종양 등도 목소리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또 후두염이나 목구멍까지 위산이 올라와 성대와 인후두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인후두역류증도 목소리를 변하게 한다.

감기 등으로 인해 성대 점막이 붓고 출혈되는 급성후두염도 쉰 목소리를 내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특히 교사나 강사, 전화상담원 등 많은 말을 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경우 후두염이 장기간 지속돼 만성후두염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만성후두염이 되면 말을 하지 않을 때는 괜찮다가 다시 말을 시작하면 목소리가 변하고 통증을 일으킨다.

성대결절(용종)은 성대의 한쪽 또는 양쪽에 좁쌀만한 작은 혹이 생기는 질환이다. 목을 너무 많이 써서 성대가 부은 뒤에도 계속 목을 쓰다가 부기가 가라앉지 않고 그대로 굳어진 경우를 말한다. 성대마비는 성대 사이에 틈이 생겨 정상적으로 닫히지 못하는 상태다. 성대는 호흡을 할 때는 열려서 공기가 통하고, 소리를 낼 때는 완전히 닫혀야 정상적인 음성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성대마비가 오면 성대 사이에 틈이 생기면서 바람이 새는 듯한 쉰 목소리가 난다. 성대나 성대 주변에 악성 종양이 생겨도 정상적인 진동이 되지 못해 쉰 목소리가 난다.

◆침묵과 수분은 목소리 건강에 필수

정상인의 목소리를 지금보다 더 좋은 목소리나 음색을 갖도록 하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목소리를 아름답게 바꾸는 것보다는 현재의 정상적이고 건강한 목소리를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성대에 무리를 주는 고성이나 쥐어짜는 소리, 속삭임 등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충분한 수분 섭취도 중요하다. 성대에 염증이 생기면 성대 점막의 분비물은 점도가 높아지고, 성대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점액이 말라버려 성대 손상을 유발한다. 따라서 목소리의 변화를 느낀다면 하루 8~10컵의 물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흡연과 음주는 목소리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다.

목소리가 변했을 때 가장 중요한 치료법은 '휴식'이다. 성대는 염증에 의해 쉽게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목소리의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는 커피나 콜라, 홍차, 녹차, 에너지 음료 등은 성대 점막을 건조하게 만들고, 인후두 위산 역류를 일으켜 성대를 포함한 후두 점막에 손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관리를 해도 목소리의 변화가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점점 더 나빠지는 경우에는 원인 질환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발성(음성)치료를 2, 3개월가량 받거나 수술을 하면 원래 목소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손진호 칠곡경북대병원 이비인후센터장은 "아름다운 목소리는 소리 자체보다 어투에 실린 표현이 아름다울 때 훨씬 잘 나타난다"면서 "따라서 현재의 목소리를 어떤 태도와 감정으로 표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손진호 칠곡경북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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