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25일 공개한 '고액 체납자 재산추적조사 사례'(본지 26일 자 1'7면 보도)가 공개되면서 5만원권 상당수는 장롱 속에 있다'는 세간의 소문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지역에서 거액의 체납자가 아궁이 잿더미 속에 돈가방을 숨겼다가 들통났다. 세금 9억원을 내지 않은 이 체납자는 5만원권 신권 1만 장(5억원)과 미국 달러 1억원 상당을 감춰두고 있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주민등록 주소지가 아닌 전원주택에, 그것도 아궁이 속에 꼭꼭 숨겨두었던 것이다.
5만원권은 탈세뿐 아니라 로비 등 음성적 거래 및 도피 자금으로도 악용되고 있다. 지난 2011년 전북 김제 마늘밭에서 발견된 인터넷 도박사이트 수익금은 5만원권으로 무려 22만 장(110억원)이었다. 지난해 모 국회의원이 승용차 속 가방에 뒀다가 도난당했다던 3천만원도 모두 5만원 다발이었다. 당시 돈의 출처 및 용도를 두고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007가방에 5만원권을 채워 넣으면 5억원까지 가능하고, 사과 상자에는 10억~12억원을 넣을 수 있어 '음성적 거래'나 '도피자금'으로 악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처럼 5만원권이 '어둠의 경로'를 통해 '어두운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속속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만원권은 2009년 6월 이후 109조4천566억원이 발행됐고, 지난달까지 누적 환수된 것은 40%를 조금 넘는다. 지금 시중의 62조원이 넘는 5만원권 가운데 상당수는 누군가의 장롱 속이나 아궁이에 고이 모셔져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특히 대구경북은 5만원권이 좋아하는 '은신처'다. 5만원권 환수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극히 저조하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경북 환수율은 8.8%에 불과했다. 이는 전국 평균(25.8%)에 비해 3분의 1 수준. 1만원권 환수율이 90%를 넘는 것에 비하면 10분의 1에 불과한 수치다.
지난 9월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이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5만원권 환수율 급락에는 경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경향 확산과 저금리 기조로 인한 화폐 보유의 기회비용 저하 등의 이유도 있다. 하지만 탈세 목적의 현금 수요 증가도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환수 실적이 낮은 지역부터 화폐 환수율과 지하경제와의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연구를 실시해 화폐 환수율을 높이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했다.
CEO연구원 고건영 팀장은 "고액권인 5만원권은 유통 개념보다 저장 개념이 더 강하다. 유통이 잘 되지 않으면 음성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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