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테러, 왜 일어나는가, 막을 수는 없나

약한 자의 '메시지' 전달 수단…정면 대항 할 수 없을 때 선택

과거 좌우 이념 대립 시기에는 서로가 서로에 대한 테러가 빈번했다. 이데올로기 대립이 끝나자 사람들은 더는 테러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기존 테러에서 벗어난 또 다른 테러리즘이 등장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테러리즘은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확산하고 있다. 이제 테러는 특정 행위를 지칭하는 단어에 그치지 않는다. 테러가 국제정치를 움직이는 한 축으로 작동하는 까닭이다. 세계 각국은 테러 근절을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지만 갈 길은 멀다.

◆무엇이 테러인가

우리 언어생활 가운데 사용자도 정확한 뜻을 모른 채 쓰는 단어가 있다. 어쩌면 '테러'도 그중 하나일지 모른다. 심지어 옷을 잘 입지 못하는 경우에 쓰는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말까지 있다.

이번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의 프랑스 파리 테러는 누가 봐도 테러임이 분명하다. 1995년 일본에서 일어난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살포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테러인지 저항권인지 보는 관점에 따라 헷갈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서방국가를 겨냥한 일부 이슬람 근본주의자의 테러를 놓고 '저항권 행사'라고 주장하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테러를 어떻게 정의할까? 아직 국제적으로 정립된 테러의 개념은 없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의 정치학자 조너선 바커가 자신의 저서 '테러리즘, 폭력인가 저항인가?'에서 제시한 개념이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민간인을 목표물로 삼아 폭력을 행사하겠다고 위협하거나 실제로 실행하는 행위"를 테러라고 정의했다. 또한 김창호 경기대 경호보안학과 교수는 '테러리스트의 심리적 동기 및 테러발생원인 사례분석' 논문에서 "정치적, 종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국민이나 상징적인 건물, 인물 등에게 가하는 폭력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테러는 왜 발생하는가?

현재 세계는 테러 근절을 위한 국제적 공조가 이뤄지고 있다. 이 공조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이유에서 테러라는 선택을 하는지 먼저 따져 봐야 한다.

폭탄 조끼를 입은 테러리스트가 아무 거리낌 없이 자신의 몸에 장착된 폭탄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죽음을 뻔히 알면서도 그런 행위를 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그런 무모하기까지 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일까. 그에게는 어떤 확고한 신념이 있는 것은 아닐까.

전문가들은 이를 테러리스트 개인의 동기와 테러조직의 목적 등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분류한다. 개인의 동기는 테러범의 성장 환경, 심리 상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테러조직의 목적은 그 조직이 형성된 배경에 따라 달라진다.

한 국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 테러리스트는 자신의 현실적 위치와 스스로 생각하는 모습에 대한 괴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사회와 주변을 억지로 바꾸려는 경향을 띤다. 이 같은 심리적 요인이 작용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테러리즘이 정치 커뮤니케이션 행위의 산물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다. 이러한 시선은 테러의 목적이 메시지를 전하는 데 있다는 전제하에 그 행위를 메시지로 본다. 이때 테러리스트들은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미디어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려 하며 특정 수용자를 겨냥해 자신들이 원하는 반응을 이끌어 내려 한다는 것이다.

이강형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테러가 국제 관계에서 힘의 불균형 속에서 작은 힘을 가진 자가 취할 수 있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행위이다"며 "전면적 투쟁으로 대항할 수 없는 상대에게 테러함으로 자신들의 문제를 알리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테러, 막을 수는 없나?

현재 세계에는 수많은 테러단체 혹은 테러리스트가 있다. 이들은 점점 발달하는 기술을 무기로 하고 보안이 취약한 다중이용시설을 공격하는 등의 공통점이 있다. 테러는 국가가 상대하기 까다로운 형태로 발전 중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테러가 일어났을 때 신속하게 출동해 빨리 상황을 해결하는 것보다 테러가 일어나기 전에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계에서는 테러 예방책의 하나로 테러방지법을 이야기한다. 전문가들은 테러 예방을 위해서는 '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테러방지법은 미국, 영국, 독일 등 세계 여러 나라가 9'11 테러 직후 제정해 시행 중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직 테러 관련 정보를 통합할 수 있는 기관, 대테러 지원 법제도 없다. 이런 탓에 '법적인 측면에서의 보강, 그리고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조직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동균 국가위기관리학회장(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은 "그 밖에도 국가 이익이나 특정인의 사생활에 침해되는 정보가 아니면 국민에게 테러 관련 정보는 모두 공개하고 내부적으로 대비하려는 정부의 자세가 중요하다"면서 "우리 국민이 화합하고 통합해 소외된 사람이나 사회에 불만을 느낀 사람이 생겨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이런 부분 정부의 정책과 관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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