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9시 30분 대구 호텔인터불고 로비. 저마다 명찰을 목에 걸고 단체 외투로 맞춰 입은 80명의 청춘남녀가 모여 있었다. 깔끔한 옷차림과 정성스럽게 화장을 한 이들의 표정에는 1박 2일 여정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역력했다. 이들은 영호남 청년 어울림 한마당 '달빛 오작교'의 참가자다. 대구시와 광주시가 후원하고 매일신문사와 광주 무등일보사가 주최한 이 행사는 대구시와 광주시의 '달빛 동맹'을 강화하고 지역 간 발전에 청년들이 주역이 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호남 지역의 남성 40명과 영남 지역 여성 40명이 1박 2일 동안 대구에서 서로 알아가면서 지속 가능한 동맹을 하자는 뜻으로 열렸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에 '감탄'
미혼 남녀답게 행사가 진행되면서 초반 어색함은 금세 사라졌다. 행사 시작인 '자기소개'에서부터 행사장 안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호남 지역의 한 남성은 자신을 소개하며 "여성분들께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다. 전라도에서는 여성들이 애매한 상황에서 '아~따'라고 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 혹시라도 이틀 동안 힘들거나 애매할 때 '아~따'라고 하면 호남 남성들이 이해할 것이다"며 재치를 보였다. 이에 질세라 영남 지역의 한 여성 참가자도 "우리 지역 여성들은 '오빠야~'라고 하면 모든 게 해결되니 참고 바란다"며 맞받아쳤다.
다음으로 '대구도시철도 3호선 탑승 행사'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이날 정오 대구도시철도 3호선 용지역에서 열차를 탔다. 전국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웠던 지상철에 남성 참가자들은 감탄했다. 정세운(34) 씨는 "3호선에서 내려다보니 대구가 또 다르게 보인다. 광주와 다르게 도시철도 이용객이 많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역 이름 외우기'와 '대구를 풍경으로 조별 셀카찍기' 등 행사가 이어졌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체험행사도 꾸며져 참가자들을 흐뭇하게 했다. 참가자들은 북구 금호동의 대구사격장에서 서바이벌 사격과 클레이 사격 등을 즐겼다. 특히 남성들이 자신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코스였다. 상대적으로 사격에 약한 여성들에게 "목표물이 올라갈 때 맞혀야 한다", "마음속으로 하나, 둘 세고 총을 쏘면 된다" 등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대구의 맛을 자랑하는 코스도 빼놓을 수 없었다. 찜갈비를 맛본 참가자들은 특유의 맵고 칼칼한 맛에 반했다. 한 남성이 "부드럽고 입맛에 잘 맞다"고 하자, 여성 한 명이 "우리 집은 아니지만 그렇게 말해주니 내가 다 뿌듯하다"며 맞장구쳤다.
◆"꼭 대구를 다시 찾고 싶다"
이튿날은 곳곳에 숨겨진 대구의 매력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첫 프로그램은 동산병원에서 시작해 청라언덕, 서상돈 이상화 고택으로 이어지는 근대골목투어였다. 이 코스는 영남의 여성들이 힘(?)을 발휘하는 순서. 여성 참가자가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골목길을 걸으며 참가자들은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 남성은 "커플이 되지 못하더라도 나중에 짝이 생기면 꼭 대구를 함께 방문해 데이트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진 김광석 거리에서는 참가자들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정모(32) 씨는 "김광석은 광주에서도 인기가 많은 가수다. 대구가 한 사람을 위한 거리를 만들었다는 것은 무척 인상 깊다"고 말했다. 거리를 거닐며 남녀 참가자들은 어느새 서로 말투를 배우며 가까워졌다. 표현(25) 씨는 "오늘 대구 사투리로 '맞나', '누나야', '밥묵자' 등을 배웠다"며 웃었다.
참가자들은 "서로 잘 알게 됐다"며 흐뭇해했다. 이규상 씨는 "요즘 일부 인터넷 사이트 탓에 지역감정이 심해져 '영호남'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는데 직접 대구를 알아보니 밝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은채(33'여) 씨도 "호남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잘 없었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돼 즐거웠다. 앞으로도 문화 교류와 만남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행사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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