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만드는 형식에 따라 몇 가지 장르로 구분되는데, 크게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영화로 구분된다. 극영화는 대사와 상황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는 시나리오와 그것에 따른 배우들의 연기가 있어야 만들어질 수 있다. 시나리오는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작가의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다. 영화를 픽션, 즉 허구라고 얘기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이다. 그에 반해 다큐멘터리는 실제로 존재하는 사건과 인물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영화이다. 한 기차역에 열차가 도착하는 장면을 약 1분에 걸쳐 고스란히 담은 세계 최초의 영화 '열차의 도착'(뤼미에르 형제, 1895)도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가 매력적인 이유는 그것이 '기록'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기록이라는 것은 사실에 바탕을 둔다. 그런데 영화는 창조된 이야기이다. 사실과 창조라는 어떻게 보면 대립된 두 개념이 뭉쳐져서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다큐멘터리인 것이다. 다큐멘터리에 대한 흔한 오해가 바로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이다. 절대 그렇지가 않다. 다큐멘터리 역시 영화의 한 장르로서 작가 혹은 연출자의 의도가 분명히 들어가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는 있는 사실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재구성된 드라마'가 있는 영화인 것이다. 관객들에게 더 매력적인 다큐멘터리가 되려면 극영화보다 더 극적인 사건이 있어야 하고, 전문 배우들보다 더 몰입도 있는 등장인물이 있어야 한다. '워낭소리'(이충렬, 2008),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진모영, 2014)와 같은 다큐멘터리가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큐멘터리의 또 다른 매력은 그것 자체가 바로 시대성을 담은 훌륭한 텍스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계동 올림픽'(김동원, 1988)을 통해 88서울올림픽 당시 쫓겨나는 철거민의 상황을 생생하게 목도할 수 있었고, '낮은 목소리'(변영주, 1995)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삶도 알 수 있었다. 또 '두 개의 문'(김일란'홍지유, 2012)을 통해서는 용산참사의 진실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역사를 기록함으로써, 우리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다시 고민하고 공부할 수 있게 만드는 텍스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독립다큐멘터리 제작과정'이라는 이름으로 강좌를 열었고, 이제 곧 결과물이 나오려고 한다. 그들이 만든 다큐멘터리에는 어떤 드라마와 시대성이 담겨 있을지 궁금하다. 빨리 그 영화들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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