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전의 그늘…민주콩고 고릴라 77% 감소·소말리아 코끼리 실종

상아 때문에 밀렵에 희생되는 코끼리, 서식지를 잃고 쫓겨나거나 사람들의 먹잇감이 되어버린 고릴라….

오랜 내전으로 피폐해진 국가에서는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고통을 받는다. 당국의 통제가 사라진 틈에 밀렵이 성행하고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코끼리나 고릴라 등 야생 동물들의 개체 수가 크게 줄고 있다.

9일 워싱턴포스트(WP)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야생동물보존협회(WCS) 조사결과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 서식하는 '동부 롤런드 고릴라'개체 수가 1995년 1만7천마리에서 현재 3천800마리로 20년 사이 약 77% 감소했다.'

야생동물보존협회는 이에 따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동부 롤런드 고릴라를 '멸종위기종'(Endangered·EN)에서 '심각한 위기종'(Critically Endangered·CR)'으로 멸종위기등급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콩고 동부에만 사는 이 고릴라의 등급이 조정되면 고릴라의 4개 아종 모두 '심각한 위기종' 등급에 속하게 된다고 허핑턴포스트는 전했다.

민주콩고 동부 롤런드 고릴라의 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1994년 르완다 학살과 뒤이은 민주콩고 내전 때문이다.

무장세력이나 난민들이 생계를 위해 농지를 개간하거나 오지 광산에서 불법 채굴에 나서는 과정에서 사냥이 금지된 고릴라를 남획하고 서식지를 침범했다.

특히 동부 롤런드 고릴라는 다 큰 수컷의 경우 키 170㎝에 몸무게는 180㎏까지 나가는 등 고릴라 가운데 가장 몸집이 가장 커 먹을거리가 부족한 광부나 반군들이 선호하는 사냥감이라고 야생동물보존협회는 전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스미스소니언 열대연구소의 연구원 제퍼슨 홀은 "고릴라 개체 수 급감은 인간이 초래한 비극"이라며 "무장 세력은 무고한 민간인뿐만 아니라 전쟁과 아무 상관 없는 환경까지 희생시킨다"고 말했다.

민주콩고 북동부 국경 지대에 있는 그람바 국립공원에서는 코끼리 수가 크게 줄었다.

코끼리는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비싸게 밀거래되는 상아 때문에 밀렵꾼들의 주요 표적이 돼왔는데 내전이 끝난 지금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2013년부터 내전에 들어간 인접국 남수단에서 밀렵꾼들이 계속 넘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람바 공원에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코끼리가 2만3천마리 가까이 살고 있었으나 현재는 1천300마리 정도만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AFP통신은 이 공원에서 지난해에도 114마리, 2014년에는 134마리가 밀렵에 희생됐다고 전했다.

1990년대 초부터 내전이 계속된 소말리아에서도 오랜 무정부 상태로 밀렵꾼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코끼리가 거의 씨가 말랐다.

최근에는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소말리아와 케냐 국경에서 코끼리 몇 마리가 서식중인 사실이 확인됐는데, 이 가운데 밀렵꾼의 추적을 피해 낮에는 숨었다가 밤에 활동하는 코끼리가 발견돼 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코끼리는 원래 주행성 동물이다.

'모건'으로 불리는 이 코끼리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한 동물학자 이언 더글러스-해밀턴은 "이런 극단적인 행동은 지구 상에 존재하는 최악의 약탈자, 즉 인간을 피해 살아남으려고 적응한 결과"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