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답사 일번지 전라남도 강진으로 답사여행을 떠난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강진은 대구면의 고려청자 도요지 및 고려청자박물관, 다산 정약용 유배지인 다산초당, 만덕산 백련사, 가우도 출렁다리, 무위사, 월남사지, 사의재, 영랑생가 등 문화유적, 볼거리, 먹을거리, 체험거리가 정말로 풍부하고 다양하다. 그중 사의재, 영랑생가, 가우도 출렁다리, 강진한정식을 소개하기로 한다.
◆사의재(四宜齋)
사의재는 다산 정약용이 1801년 11월 23일 낯선 땅 강진에 처음 유배되어 만 4년을 묵은 집이다. 그는 이곳 주막집(동문매반가) 주인 할머니의 배려로 골방 하나를 거처로 삼아 몸과 마음을 새롭게 다잡았다. 사의재는 다산이 교육과 학문 연구에 헌신하기로 다짐하면서 붙인 이 집의 당호다. '네 가지를 올바로 하는 이가 거처하는 집'이라는 뜻이다.
사모언동(思貌言動) 즉 마땅히 (宜)해야 할 네 가지 도리(四)가 있는데, 그것을 가지런히 해야(齋) 한다는 뜻이다.
1. 사의담(思宜澹): 생각을 담박하게, 즉 조용히 해야 한다.
2. 모의장(貌宜莊): 용모를 엄숙히 가지런히 해야 한다.
3. 언의인(言宜言+刃): 말은 길지 않게 핵심만 간단하게 해야 한다.
4. 동의중(動宜重): 행동은 무게감이 있게 해야 한다.
다산은 생각, 용모, 언어, 동작 이 네 가지를 바로 하도록 자신을 경계하였던 것이다. 사려 깊은 주막 할머니의 "어찌 그냥 헛되이 사시려 하는가. 제자라도 가르쳐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말씀에 자신을 새로 추스른 다산이 1802년 10월경부터 첫 제자 황상을 시작으로 강진 6제자에게 스스로 편찬한 「아학편」을 주제로 교육을 하였으니 당내 최고 권위의 학당인 셈이다.
한양 조정 권신사회의 잔혹함과, 견딜 수 없이 외로운 팔자의 기구함과, 절망감으로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하는 생각까지 했던 다산. 그가 마침내 '내가 강진에 귀양 오기를 참 잘했다. 강진이 내 고향땅이 아니란 말 나는 믿지 않으리'라고 스스로 말할 수 있을 만큼 강진에 적응했다. 강진 지역의 인심에 마음과 몸을 열어 지역 현실에 참여하면서 조선의 사회경제적 모순을 생생히 목격하고 체험하게 되었다.
'경세유표' '애절양' 등은 비좁은 이곳 사의재에서 맑고 밝은 희망의 세계를 꿈꾸며 집필했으리라. 이후 거처는 1806년 이학래의 집에서 1818년 유배가 해제될 때까지 도암 귤동마을 다산초당(茶山草堂)이 된다. 여기에서 10년간 머무르며 그는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를 비롯한 500여 권의 저서와 250여 수의 한시를 남겼다. 사의재에서는 전통 한옥체험도 가능하다. www.sauijaehanok.com 061)430-3335.
◆영랑생가
영랑 김윤식 생가는 사의제에서 걸어서 약 10분 거리에 있다. '북도에 소월이라면 남도에 영랑'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나라 순수시 서정시의 대표적인 시인인 영랑 김윤식은 1903년 1월 16일 전남 강진군 강진읍 남동리 대지주 집에서 5남매의 맏이로 태어났다. 그는 강진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1917년 서울 휘문의숙으로 갔다. 3학년 때 3'1운동이 일어나자 고향으로 내려와 강진 장날에 만세운동을 일으키려다 발각되어 대구형무소에서 6개월 동안 복역하기도 했다. 1930년 박용철, 정지용, 이하윤, 정인보, 변윤동과 '시문학'지를 창간하고 '모란이 피기까지'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등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시작활동을 시작했다. 1948년 이승만 정권에서 공보처 출판국장으로도 일했으며, 6'25전쟁이 터지자 서울에 숨어 있었는데 9'28수복 때 포탄 파편을 맞고 이튿날 사망했다. 그의 나의 47세였다.
1930년대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그의 시는 매끄러운 운율과 세련된 시어로 개척한 시 세계가 독보적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의 생가는 찾아가기도 쉽다. 강진군청 바로 옆에 있다. 정겨운 토담, 초가와 수십 년 된 은행나무, 대나무숲, 동백꽃과 목련이 어우러진 생가는 외갓집 같은 포근함을 준다. 입구에 들어서면 예쁜 바위에 새겨진 김영랑의 대표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이 보인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로 시작되는 낯설지 않은 시가 눈에 띄어 학창시절을 생각하게 된다.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 빛이
빤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있는 듯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향기나는 섬 강진 가우도 출렁다리
가우도는 강진군의 6개 섬 가운데 유일한 유인도이다. 섬의 형태가 소의 멍에처럼 생겼다 하여 가우도라 한다. 14가구 80여 명이 살고 있으며 다리로 연결되어 이젠 사실상 섬이 아니다. 가우도를 한 바퀴 도는 약 2㎞의 트레킹 길이 조성되어 있어 바다를 보면서 간단한 가족 트레킹을 하기에 제격이다. 가우도 출렁다리는 차량통행이 안 되고 사람만 걸어서 갈 수 있다. 두 개의 교량이 있으며, 가우도로 이어지는 다리를 출렁다리라고 한다. 실제로 출렁거리지는 않지만 다리 위를 걸어가면 주변 바다가 출렁이는 모습이 마치 사람이 출렁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출렁다리라 한다. 트레킹은 오른쪽 해안선을 따라 작은 야산을 한 바퀴 도는 약 3.5㎞ 코스가 적당하다. 해안선 구간구간에 데크가 잘 조성되어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주차장 옆에는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휴게소도 있다.
◆강진한정식
남도의 감칠맛을 보여주는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강진한정식은 청정해역에서 사계절 생산되는 어패류, 청정 강진평야에서 재배되는 농산물과 푸짐한 갖가지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산해진미가 한 상에 가득하여 임금님 수라상도 부럽지 않다. 대다수 식당에서는 4인 기준 한 상으로 주문받고 있다. 둥지식당(061-433-2080) 1인분 1만5천~3만5천원이다.
※가는 길
대구→중부내륙고속도로(구 구마고속도로)→남해안고속도로→광양목포고속도로→장흥IC(소요시간 약 4시간)
*사의재, 영랑생가, 가우도는 주차장이 완비되어 있으며 입장료는 없다.
*주위에 가볼 만한 곳: 다산초당, 청자박물관, 백련가, 무위사, 강진 병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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