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주 사드 후폭풍] "참외 수확 못하더라도 아이들 미래는 지켜야"

"어른들은 공부나 하라지만 우리의 터전 우리가 지켜야" 학생들 부모 따라 자발적 참여

사드 배치 반대를 위해 생업을 포기하고 반대 집회에 뛰어든 군민들로 참외 출하량이 급감하고 있다. 17일 오후 성주군 참외원협공판장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사드 배치 반대를 위해 생업을 포기하고 반대 집회에 뛰어든 군민들로 참외 출하량이 급감하고 있다. 17일 오후 성주군 참외원협공판장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성주는 사드 때문에 모든 시계가 멈춰버렸다.

군민들은 상실감과 허탈감에 일손을 놓고, 학생들은 등교 거부까지 하면서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 모여들고 있다. 일부 군민들은 아예 식당 문을 닫고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을 정도다.

사드 배치로 생활 터전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생존권을 건 사투에 군민 전체가 역량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성주군민들은 한창 참외를 수확해야 하고, 농사일로 바쁜 상황이다. 하지만 일손을 놨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드 배치 절대 반대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일부 농민들은 아예 참외 수확을 포기했다.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해 '성주 사드 배치 저지 투쟁위원회'에 가입한 농민들도 많은 것이다.

특히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등교를 거부하고, 자녀들과 함께 집회에 참여하는 등 자식, 손자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싸우고 있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촛불집회에 참여한 배은하(30'성주읍) 씨는 "사드 레이더 기지가 아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 바로 위에 있는데 어떻게 학교에 보낼 수 있겠느냐"며 "아파트 창문을 열면 사드 레이더 기지가 들어설 성산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 내 아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는데 엄마가 어떻게 집에 앉아 있을 수 있느냐"고 흥분했다.

참외 농사를 짓고 있는 박원일(51'월항면) 씨는 "성주 군민들 80%가 참외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사드 배치로 인해 군민들은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에서 참외농사를 천직으로 생각했는데 참외도 이젠 안될 거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식당을 하고 있는 이지현(53'성주읍) 씨도 "촛불집회가 열리는 시간에는 아예 식당 문을 닫고 참여하고 있다"며 "머리 위에 사드가 들어오는데 어떻게 살겠느냐. 지금 당장 장사를 못 하더라도 사드 배치를 끝까지 막아야 우리 자식들의 내일이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기업체를 운영하는 있는 A(60) 대표는 "15일 국무총리가 사드 배치 설명회를 하러 온 날 결근 처리를 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자발적으로 설명회장에 참석하라고 했다"면서 "성주에 사드가 들어오면 우리 공장에 일감이 있겠느냐? 툭하면 북한 미사일 위협이 올 텐데 어느 누가 세계에서 가장 불안한 우리 공장에 일감을 주겠느냐"고 했다.

백철현(성주군의원)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학생들까지 희생시켜서는 안 돼 모두 말리고 나섰다. 그런데 부모를 따라 자발적으로 자꾸만 나오고 있다. 중앙정부는 성주의 이 참혹한 현실을 보고 있는가"라며 분개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