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김영란법' 유감!

'김영란법'이 지난 9월 말부터 시행됐다. 이 법의 원래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간단히 말하면, '부정청탁금지법'이다. 이 법의 시행은 우리 사회 전체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한'중'일을 비롯한 동아시아 사회는 혈연적, 지역적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한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해 각종 청탁이 난무하고 실력보다는 홉스테드의 이른바 '권력의 거리'가 중시되다 보니, 서구에 비해 부패가 만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중'일 지역은 부족한 자본을 빨리 축적함으로써 하나같이 압축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아마도 '수지청즉무어'(水至淸則無魚: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다)가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경제가 성숙하면, 부패는 사회발전의 심각한 장애요인이 된다. 따라서 김영란법의 시행은 시의적절하다.

그렇지만 김영란법에 대해 유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제 사랑하는 제자들로부터 캔 커피 하나 받기도 어렵고, 오랜 친구를 만나도 편안한 잠자리를 마련해주거나 마음 놓고 술 한 잔 마시기도 눈치가 보인다. 언뜻 보아도 김영란법은 너무 미숙하고 강압적이며 거칠어 걱정이 된다. 또 이 법이 타깃으로 하는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 공직자 측에서 보면 너무 억울하다. 부패의 정도를 보면, 정치인들도 결코 뒤지지 않는데 왜 자기들만 쏙 빼놓았을까? 사학, 특히 우리나라 사립대학은 빈곤한 국가를 대신하여 전체 고등교육의 80% 이상을 담당하며 '한강의 기적'을 견인해왔는데 이제는 효용가치가 떨어졌는지 토사구팽(兎死狗烹)당하여 마치 부패의 대명사인 듯이 몰아세우는 것도 참담하다.

중국 전국시대의 진(秦)나라는 강력한 법으로 천하를 통일했지만 오히려 그 혹법(酷法)으로 인해 멸망했다. 그래서 한고조 유방은 이른바 법삼장(法三章)이라 하여 법은 살인, 상해, 도적질 등만 벌하는 세 가지면 족하다고 했다. 이것이 찬란한 통일제국과 자유롭고 다양하며 자랑스러운 고전문화의 극성기를 이루는 시대정신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이후 중국인은 스스로를 한인(漢人) 또는 한족(漢族)이라 부른다.

나라마다 또 시대마다 사정이 다르다. 일단 이 법이 시행되었으니, 비판에 앞서 제대로 잘 운영하는 데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한다. 비전문가의 좁은 소견으로는, 이 법으로 위기의 경제를 선순환 구조로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김영란법 때문에 앞으로 식당은 음식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고 자연히 상가 가격도 내려갈 것이다. 아마도 그동안의 음식 가격 거품은 다 빠질 것이니 일반 소비자들도 쾌재를 부를 것이다. 많은 룸살롱이나 불건전한 성인 산업들도 문을 닫겠지만 어차피 이들은 제대로 세금을 내는 집단도 아니니 큰 문제가 안 되고 오히려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는 계기가 되어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참에 그동안 탈세한 부분들을 추적하여 세원을 더 확보할 수도 있다. 나아가 전체 부동산 가격도 내려가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니 기업들도 적당한 시기를 타서 임금 인하의 기회를 포착할 수가 있다. 워낙 강성노조라 해도 물가가 낮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생산 단가가 떨어져 기업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 경쟁력이 강화되면 수출도 늘어 기업들도 생산량을 늘릴 수 있고 고질적인 청년실업도 해소할 수 있다. 이같이 김영란법은 위기의 우리 경제를 조금이라도 선순환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치 일본에서 오랜 불황으로 임금이 떨어져 많은 해외 일본기업들이 본국으로 유턴(U-turn)하여 경제에 활력을 주듯이 말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