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수길의 경북 장터 사람들] (17)의성장터 마늘장수 마리아 씨

2천 평 마늘농사 지으며 신바람 생활 필리핀 댁

마리아 씨는 의성장터에서 할머니들 틈바구니 속에서 농산물을 펼쳐 놓고 장사를 한다.
마리아 씨는 의성장터에서 할머니들 틈바구니 속에서 농산물을 펼쳐 놓고 장사를 한다.
이수길 작가
이수길 작가

경상북도 의성군 의성읍에 서는 의성 오일장은 100년의 역사가 넘는 이 고장의 대표적인 시골장터이다. 일제강점기에도 5일 장터가 형성되어 2일과 7일에 지역민은 물론 인근의 상인들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유서 깊은 장터이다. 의성군을 대표하는 농산물은 마늘, 자두, 고추, 사과, 복숭아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의성마늘과 의성자두는 전국 최고의 질과 양을 자랑한다. 질 좋은 농산물이 많이 생산되는 이유는 화산이었던 금성산 화산재와 석회석 토양이 청정지역에서 조화를 이루어 마늘과 양파 농사에 최적의 땅으로 만들어진 것에서 기인한다. 또한 의성군의 공동브랜드 '의성眞'은 2017 국가브랜드대상 고품질농산물공동브랜드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농촌에 다문화가정이 확산되면서 시골장터 할머니들 틈바구니 속에서 농산물을 펼쳐 놓고 장사하는 외국인 아낙네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필리핀에서 시집온 마리아(42) 씨는 의성장터에서 직접 농사지은 마늘을 팔고 있다. 마리아 씨는 12년 전에 의성 출신 남자를 만나 결혼해 의성으로 왔다. 시집와 보니 시댁이 마늘농사를 짓고 있어 그때부터 2천여 평의 마늘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필리핀 마닐라가 고향인 마리아 씨는 영어, 필리핀어,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한국어는 지역의 다문화센터에서 가정방문교육을 통해 배워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녀는 "한국이 좋아 한국 남자와 결혼했고 고추장과 김치도 너무 좋아한다. 가장 힘든 일은 된장과 고추장을 담그는 일이다"고 말했다. 남편, 시어머니는 물론 이웃 사람들과도 잘 어울려 한국 농촌에서 신바람나는 생활을 한다고 한다.

마리아 씨는 의성마늘 농사에도 달인이 되었다. 의성마늘 수확기는 하지인 6월 21일부터 7월 10일까지이다. 빠른 농가는 6월 15일부터 수확을 시작하고 우기(雨期)인 장마철 전까지는 모두 수확 작업을 마쳐야 한다. 6월 중순부터는 의성장터에서는 마늘장사도 분주해지고 전국에서 마늘을 사러 몰려온다. 마늘 철이 되면 고생은 되지만 돈을 많이 벌게 돼 마음이 한층 풍요로워진다고 한다. 의성마늘로 의성장터를 풍요롭게 만들어가는 마리아 씨 가정에도 행복이 함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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