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 옥계중, 체육 선생님이 심장박동 멈춘 학생 살려

운동장서 쓰러져 응급처치, 친구들 팔다리 마사지로 혈액순환 도와

학교 운동장에서 심장 박동이 멈춘 채 쓰러진 학생을 교사가 심폐소생술로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구미 옥계중학교 3학년 A군이 운동장에 쓰러진 것은 13일 점심시간. 친구 10여 명과 농구를 하려고 몸을 풀던 A군이 갑자기 바닥에 쓰러졌다. 이미진 보건교사가 급히 달려와 응급처치에 매달렸다. 하지만 A군의 얼굴은 핏기라곤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누렇게 변했고 입술에는 청색증이 나타났다. 두 손가락으로 경동맥을 짚어보니 맥박이 뛰지 않았다. 이미 심장 박동이 멈춘 것.

상황을 들은 정재천(51) 체육교사는 119에 긴급 구조요청을 하면서 운동장으로 내달렸다. 치마를 입고 불편한 자세로 심폐소생술을 하던 보건교사를 물러나게 한 후 정 교사가 나섰다. 매년 심폐소생술 연수도 받고 응급처치법 자격증도 취득한 그였지만 실제 상황은 처음이었다. 정신없이 A군의 흉부를 압박하면서도 '왜 이러지? 이러다가 잘못되는 것은 아닐까. 힘이 부치는데 다른 선생님과 바꿔볼까. 그러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큰일이야' 등 만감이 교차했다. 2시간 같은 2~3분이 흘렀다.

그 순간 A군은 기적처럼 "푸"하면서 숨을 내뱉었다. 정 교사는 '이제 멈춰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심장압박을 계속했다. 그동안 보건교사와 또 다른 체육교사는 기도 확보에 주력했다. 주변 학생들은 A군의 팔다리 마사지로 혈액순환을 도왔다. A군을 살리는데 교사와 학생이 혼연일체가 됐다.

현재 A군은 구미순천향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다. 생명에 지장이 없다. 쓰러진 원인을 밝히려 정밀검사도 받고 있다.

A군은 "갑자기 몸에 힘이 풀리면서 쓰러진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 후 기억은 전혀 없다. 지금은 불편한 게 없을 만큼 괜찮다"며 "선생님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죽은 목숨이 다시 살아났으니 이제부터 건강관리도 철저히 하면서 더욱 열심히 공부해 모범된 삶을 살겠다"고 했다.

정재천 교사는 "유치원 때부터 응급조치 교육을 받아왔지만, 실제상황이 발생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전반적인 응급조치에 대한 폭넓은 현장교육이 절실하다"며 "A군은 이번 일을 통해 특별한 인연이 맺어진 만큼 건강하고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지켜볼 생각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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