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흥부전'의 가장 오래된 이본인 '흥보만보록'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되었다.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필사본 중 가장 오래된 것이면서 평양이 배경이고, 흥부 놀부의 성도 장씨라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설정 때문에 문학사가 바뀔 정도의 중대한 사건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분석이 나오자 흥부전의 배경 설화 중 하나인 '춘보 설화'가 내려오는 흥부 마을이 있는 남원시에서는 혹시나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런데 '흥보만보록'이 가장 오래된 필사본이라고 해서 '흥부전'의 원형이라는 것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고전문학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는 동안 다양한 소재나 일화들이 들어오게 되고, 그러한 변형들 때문에 문자로 정착되었을 때는 다양한 이본들이 존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마음씨 고약한 부자가 벌을 받아 집이 못이 되고, 착한 며느리는 바위가 되었다는 '장자못 전설'은 전국에 큰 못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 있으며 그 이야기도 조금씩 다르다. 먼저 채록되어 알려진 전설이 원조 장자못 전설을 보장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가장 오래된 문헌 기록이라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흥부전'들이 '흥보만보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상업용 방각본으로 인쇄되어 널리 읽혔던 기존의 흥부전과 달리 오직 하나의 필사본으로만 존재한다는 것은 이야기의 영향력이 매우 좁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에서 이와 유사한 자료들이 많이 발견되면 모를까 지금으로서는 문학사를 바꿀 수 있는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각 지자체에서는 다양한 지역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대구 근대골목은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이나 이동하의 '장난감 도시'의 배경인데, 소설의 분위기가 일부는 남아 있기 때문에 가서 보면 소설의 감동을 다시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고전소설의 경우는 실제 인물을 일부 차용하고 있을지라도 내용이 허구이며, 소설의 배경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홍길동전'의 경우 연산군 시절에 황해도 지방의 큰 도적으로 유명했던 홍길동이라는 인물을 허균이 일부 차용하여 이야기를 썼을 수는 있지만, 소설에 나오는 홍길동과 역사적 인물인 홍길동이 같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라도 장성군에서는 역사서에 나오는 몇 줄 안 되는 홍길동에 대한 기록과 후속 연구를 통해 홍길동 테마파크를 만들었다. 조선 후기 송상기가 쓴 '마곡사 유람기'에 "마곡사 인근의 성터가 지방의 도적인 홍길동이 쌓았다는 말이 전해진다."는 대목이 나오는 것을 보면 공주가 더 홍길동의 고장임을 주장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원래는 가장 유명한 판본에 나오는 동네가 고전소설 주인공들의 고향이어야 하지만 지금은 능력 있는 지자체가 주인공의 고향이 되는 시대이다.대구 능인고 교사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