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0원(2.9%) 오른 시간당 1만320원으로 결정되면서 소상공인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내수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고물가로 재료비 지출이 늘어난 상황에 인건비 부담마저 커지게 생겨서다. 경영환경이 악화하면서 고용도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건비 부담에 고용축소 불가피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1일 입장문을 통해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9% 인상한 1만320원으로 결정했다"며 "역대급 위기에 근본적으로 체질이 허약해진 소상공인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으로 늘어난 인건비 부담은 더욱 무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계 상황의 소상공인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당장의 인건비 부담 증가, 경영난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부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에게 새로운 부담이 지워진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상승률은 2.9%지만 실제 고용주가 부담하는 상승 폭은 이를 상회한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이를 기반으로 결정되는 주휴수당 등 각종 수당과 퇴직금, 4대 보험 등의 지급액·납입액이 모두 늘어나기 때문이다.
내수경기가 침체한 상황에 인건비 부담이 커지게 된 만큼 근무시간을 축소하거나 무인 시스템 도입으로 인력을 감축하는 매장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앞서 소상공인 단체는 심각한 경기 불황, 내수 침체에 부닥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현실을 고려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 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대구 북구 등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양모 씨는 "최저임금 자체가 높으면 직원마다 근로의 질을 반영해 임금을 책정해 주기가 힘들다. 단기적으로 1, 2달 일하는 아르바이트생까지 최저임금에 맞춰서 챙겨줘야 하니 매장에서 오래 근무해 일을 잘하는 직원은 그만큼 더 챙겨주지 못하게 된다"면서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이나 임금 수준이 비슷하면 직원과 사업주 간 불신이 생겨날 수 있다. 이로 인해 직원들이 의욕을 잃고 이탈까지 이어지는 게 금전적 부분보다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1인 기업 증가·폐업률 상승 전망
내년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숙박·음식점을 중심으로 폐업하는 곳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내년도 최저임금이 1~3% 미만 수준으로 오를 경우 "폐업을 고려한다"는 자영업자는 9.6%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경협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경영 환경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 50%가 올해 최저시급(1만30원)에 대해 "부담이 많다"고 답했으며, 65%는 고용과 관련해 "현재도 여력이 없다"고 답변했다.
최저임금 수준이 경영에 부담된다고 응답한 비중을 업종별로 보면 ▷숙박·음식점업 64.2% ▷도·소매업 51.9% ▷교육서비스업 50.0% ▷제조업 48.4% 등의 순으로 컸다. 전문가 사이에선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상공인 단체는 최저임금 구분 적용에 더해 최저임금 격년 결정 등 제도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김재홍 경북대 경영대학원 외식산업 최고경영자과정 교수는 "최저시급이 1만원에 육박하면서부터 직원들을 내보내고 가족끼리 운영하는 매장이 많이 늘었다. 대형 음식점도 최근 매출이 지난해보다 30%가량 하락했다고들 한다"면서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기업들 규모가 축소되면서 1인 기업이 늘어나고, 자영업자의 경우 폐업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데 인건비가 계속 오르면서 한 해에 100만여 곳이 문을 닫는 상황"이라며 "소상공인 상황 개선을 위해선 업종별 노동 강도에 따라 최저임금에 차등을 두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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