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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창 醫窓 ] 수면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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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이 범보다 무섭다'고 했다. 며칠 전 고속도로에서 버스가 앞서가던 승용차를 추돌하는 끔찍한 장면을 보고 떠오른 속담이다. 빚에는 금전적인 빚도 있지만 잠이 부족하면 우리 몸에 쌓이는 '수면 빚'(sleep debt)도 있다. 수면 보충으로 제때 빚을 갚지 못하면 건강을 잃게 되므로 '수면 빚'은 금전적인 빚보다 더 무섭다.

'졸음'은 빚을 갚으라는 우리 몸의 독촉이다. 그러나 졸음은 '항우장사도 자기 눈꺼풀은 못 든다'는 말처럼 불가항력일 때가 많다. 사고를 낸 버스 기사는 전날 5시간도 채 자지 못하고 18시간 이상 운전을 했다니, 예고된 참사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하다. 이처럼 수면 빚은 자신의 건강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그런데 '과로하는 대한민국'에서 우리의 수면은 여전히 위태롭다. 과도한 노동시간과 반복되는 야근은 충분한 잠을 방해한다. 성인은 적어도 7∼8시간 정도 자야 하는데 우리가 눈을 붙이는 시간은 평균 6~7시간에 그친다. 이러한 수면 빚은 만병의 근원으로 심뇌혈관계 질환과 당뇨, 비만 등의 위험도를 높인다. 졸음운전과 산업 재해로 인한 피해 역시 적지 않다.

우리 청소년들의 수면 빚은 더욱 심각하다. 청소년의 권장 수면시간은 9시간 이상이지만, 과도한 학업에 내몰린 청소년들은 평균 6.6시간 동안 잠을 잔다. 어린 시절부터 탕감하기 힘든 수면 빚을 안은 채 오늘도 졸린 눈을 비비며 '0교시' 교실로 향하고 있으니 참 안타깝다. 청소년의 수면 부족은 학습 능력을 떨어뜨리고 행동 이상 등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런데 충분히 오래 잠을 자고도 졸음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기도가 좁아져 숨을 들이마실 때 호흡이 멈추는 '수면무호흡증' 때문이다. 이들은 운전 중 졸림 증상을 많이 호소하는데, 수면 시 깊은 잠이 부족한 탓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 환자 중 45%가 졸음운전 사고를 경험했다고 한다. 선진국에서는 수면무호흡증의 심각성을 알고 대중교통 운전 노동자들에게 수면검사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우리는 수면다원검사는 물론 치료에 필요한 양압호흡기조차 건강보험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차량 자동 제어 장치와 운전자 처벌 강화 등을 졸음운전 대책으로 서둘러 내놨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졸음을 예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노동시간부터 줄여야 한다. 또한 대중교통 운전자들의 수면다원검사를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시켜야 한다. 또한 수면장애가 있으면 치료받을 수 있도록 국가와 사용자가 배려해야 한다. '병 없고 빚 없으면 산다'는 속담이 있다. 낮에 병 없이 건강하게 살려면 밤에는 빚 없이 충분히 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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