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48) 씨는 최근 고등학교 1학년 딸에게 30만원짜리 롱패딩 점퍼를 사줬다. 한 반에 3분의 2 이상 학생이 롱패딩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딸이 1주일 전부터 졸랐기 때문이다.
딸의 손에 이끌려 한 유명 스포츠의류 매장을 찾은 박 씨는 롱패딩 점퍼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박 씨는 "길이가 짧은 일반 패딩 점퍼는 10만원대였지만 무릎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롱패딩 점퍼는 가격이 2배였다. 주머니 사정을 감안해 일반 패딩 점퍼를 사주려고 했지만 딸이 '학교와 학원의 친한 친구들은 다 있는데 나만 없다'며 롱패딩 점퍼를 고집해 어쩔 수 없이 사줬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롱패딩 점퍼가 중'고등학생 사이에 유행하면서 이른바 '등골 브레이커'로 떠오르고 있다.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할 정도로 큰 경제적 부담을 안기는 롱패딩 점퍼는 10만원대에서 100만원대 고급 제품까지 시중에서 팔린다. 스파(SPA) 브랜드 제품이 10만원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고, 유명 캐주얼 및 스포츠의류 브랜드 제품은 20만~3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친구들의 롱패딩 점퍼와 가격을 비교하면서 주로 유명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학부모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15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만난 고등학생 이모(17) 양은 "부모님을 졸라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입고 모델로 나온 26만원짜리 롱패딩 점퍼를 구입했다"며 "요즘 여러 아이돌그룹이 롱패딩 점퍼를 입고 화보 모델로 나서면서 롱패딩 점퍼가 학생들에게 큰 인기"라고 전했다.
과거 등골 브레이커였던 '패딩 점퍼'가 빚었던 위화감 조성 문제도 또다시 제기된다. 대구 한 중학교 교사 김모(37) 씨는 "아이들이 큼지막한 유명 브랜드 로고가 박힌 롱패딩 점퍼를 입고 서로 과시한다"며 "과거 남자 중'고생들이 '노스페이스' 패딩 점퍼 제품군을 20만원대부터 70만원대까지 일명 '계급별'로 구분해 입는 바람에 위화감이 조성된 적이 있다. 요즘 롱패딩 점퍼는 여자 중'고생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데 제품 등급을 나누는 등 과거처럼 위화감이 조성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부 학교에서는 위화감 조성을 우려해 롱패딩 점퍼를 등하교 때만 착용하도록 하고, 난방이 되는 교실에서는 착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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