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와대 통신] 아쉬워하는 대구

서울에 있다가 주말이면 대구에 올 때마다 매번 돌림노래처럼 듣는 말이 있다. 주로 연세가 지긋한 분들에게 듣는 얘기다. "꼴 보기 싫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 하는 말이다. 청와대에 출입한다는 얘기까지 하면 더 심한 말이 나온다. "왜?"라고 물어보면 이유도 별다른 것이 없다. "그냥, 꼴 보기 싫다"고 한다.

대구경북의 나이 드신 어른들 상당수가 '이렇게' 평가하는 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대구를 다녀갔다. 2·28민주운동 58주년 기념식 참석차였다. 지난 대선에서 가장 표를 적게 받은 곳이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대구 정신'을 강조하며 대구경북(TK)을 한껏 치켜세웠다.

현장 분위기도 좋았다. 몸 낮춰 인사하기, 함박웃음 지으며 사진 함께 찍기 등 문 대통령의 '탁월한 개인기'가 이날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자유한국당이 '쇼통'이라고 몰아세우지만 문 대통령이 가는 현장에서는 연예인 방문이 연상될만한 풍경이 펼쳐진다. 지난해 11월 포항 방문 때는 물론, 지난달 28일의 대구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TK는) 독립운동가를 가장 많이 배출했다. 독재시대에도 저항의 중심지였다"고 강조했다. "TK는 보수의 중심이 아니다." "2·28민주운동 등 자랑스러운 정신을 가진 TK가 왜 자유한국당 근거지가 되어야 하느냐." 문 대통령 '웅변'에는 이런 메시지가 실려 있는 것 같았다.

문 대통령이 대구에 오기까지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취임 후 9개월여 만이다.

지난해 11월 강진 피해를 입은 포항을 찾아갔을 때 문 대통령은 대구에 올 계획도 잡았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가 걸려 대구 방문은 취소됐다. "문 대통령이 대구는 왜 안 오지"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TK 홀대론도 큰 목소리가 됐다.

"절대 아닙니다." 청와대에 근무하는 지역 출신들을 만나면 이런 얘기를 이구동성으로 한다. TK 홀대론에 대한 대답이다. 청와대 경제 라인은 전부 TK 출신이라는 말도 덧붙여진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번 대구 방문 때 경제 현장 방문이 빠졌다. 대구시와 청와대는 이 부분에 대해 오랫동안 조율해왔다. 대구 정신도 중요하지만 대구의 입장에서는 '대구 먹거리'가 더 간절하기에 정부 지원과 직결될만한 경제 현장에 대한 대통령의 방문이 꼭 필요했다.

청와대의 결심이 모든 중앙부처의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한국적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큰 인상'을 남기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오랜 시간이 걸려 성사된 문 대통령의 대구 방문이 아쉬움을 남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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