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의 주요 덕목인 '예'(禮)는 상(商)을 정복한 주(周) 무왕(武王)의 동생 주공 단(周公 旦)이 그 기초를 놓았다는 게 정설이다. 그 목적은 상과의 단절이다. 점을 치기 위한 갑골문(甲骨文)이 상 시대에 가장 많이 만들어진 데서 알 수 있듯이 상은 샤머니즘 사회였다. 순장(殉葬)도 유행해 현대의 관점에서 봤을 때 '야만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주의 지배층에게도 똑같았던 모양이다. 주는 상의 이러한 전(前) 문명적 샤머니즘 문화를 매우 멸시했다. 이는 주가 상을 상이란 공식 국호 대신 은(殷)으로 부른 데서도 잘 나타난다. 은은 상의 마지막 수도 은(殷)에서 따온 명칭으로, 주가 상의 유민(遺民)을 낮잡아 그렇게 부른 데서 유래한다. 그 이유는 상을 세운 종족이 북방의 이민족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화이(華夷) 사상은 이때 이미 그 틀이 갖춰졌던 셈이다.
예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자연이 아닌 인간세계를 규율하는 '질서'이다. 이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평등이 아닌 계서(階序)이다. 결국 예의 핵심은 혈족이든 이를 벗어난 더 큰 사회조직이든 계서제 하의 자기 위치에 맞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표현한 말 중의 하나가 '과공비례'(過恭非禮)다.
'과공'은 진(晉)의 역사책 진서(晉書)에, '비례'는 '맹자'(孟子) 이루장(離婁章)에 처음 나온다. "예가 아닌 예와 의가 아닌 의를 대인은 하지 않는다."(非禮之禮 非義之義 大人弗爲) 이 둘을 연결시킨 이가 송(宋)의 유학자 정이천(程伊川)이다. 맹자가 말한 비례를 해석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공손함은 본래 예이지만 지나친 공손은 예가 아닌 예다"(恭本爲禮 過恭是非禮之禮也)라고 했다.
이처럼 예는 전근대적 봉건질서의 창출과 유지를 목적으로 발명된 것이긴 하지만 오늘날에도 준수할 가치가 있는 것이 많다.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영철에게 고개를 숙이며 악수를 했다는 소식이 가짜뉴스로 확인됐다. 이 소식은 관련 사진과 함께 SNS를 타고 급속히 퍼져 나갔는데, 과공(過恭)이란 비판이 봇물을 이뤘다. 그러나 문제의 사진은 김영철이 숙소인 워커힐 호텔에 도착했을 때 우리 쪽 인사가 영접하는 장면을 찍은 것이었다.
그렇다고 비례라는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천안함 폭침 주범을 대화의 상대로 수락한 것부터가 비례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대승적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대승은 그런데 쓰는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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