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명산인 비슬산에 난데없는 개발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대구시와 달성군이 비슬산 자락에 대규모 관광지를 조성하겠다며 산을 마구잡이로 깎고 파헤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경관 훼손 우려가 크지만, 행정 당국은 대구시 지정 1호 관광지라는 명목을 앞세워 개발을 정당화하려 한다.
비슬관광지 건설로 인한 자연 훼손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유가면 비슬산자연휴양림 서쪽 25만㎡에 관광지를 조성하려는 것인데, 무려 초교 10개를 세울 만한 넓이다. 그곳에 화석박물관과 공원, 물놀이장, 오토캠핑장, 치유의 숲, 식당·상점 등 상업시설 등을 만들어 관광객을 더 끌어모으겠다는 발상은 완전히 시대착오적이다. 아무리 산자락이라고는 하지만, 숲을 없애고 산을 깎아내 이런 콘크리트 시설을 채우겠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비슬산 암괴류도 훼손 위험이 크다. 비슬관광지가 암괴류 간접보호구역과 인접한 곳에 조성되기 때문에 일부 암괴류는 개발구역에 포함돼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산자락을 잘라내면 위쪽에 있던 암괴가 흘러내려 연쇄 파손 가능성마저 있다니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풍천의 물놀이장, 경유차 미니버스, 주차장에서 관광지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 등도 환경 유해 시설로 꼽힌다.
한국 주요 관광지에 갈 때마다 흔하게 보는, 그리 참신하지 않은 시설을 만들기 위해 빼어난 명산을 훼손하고 있으니 제정신을 갖고 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김문오 군수가 자신의 치적으로 홍보하지만, 자연 훼손을 치적이라고 하면 언어도단이다. 비슬관광지가 당초 목표한 휴양·생태 탐방 거점에서 완전히 벗어나 유흥지·공원 비슷한 성격으로 변질됐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비슬관광지는 당연히 재검토돼야 한다. 달성군이 물놀이장의 규모를 줄이고, 미니버스를 전기차로 대체하겠다고 했지만, 그 정도로는 안 된다. 환경 훼손 여지가 없을 정도의 소규모로 개발해야 한다. 환경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관광지 개발은 두 번째 가치가 돼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산을 깎아내 관광지로 만드는 것은 상식 이하이므로 개발계획 전체를 손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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