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입산 3분 만에 '올무'…밀렵에 사람도 위험하다

[르포] 대구 도심 山 밀렵 도구 수거 따라가 보니

지난달 28일 대구 북구 도남동 야산에서 야생생물관리협회 북구지회 회원들이 밀렵 도구를 제거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지난달 28일 대구 북구 도남동 야산에서 야생생물관리협회 북구지회 회원들이 밀렵 도구를 제거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지난달 28일 오전 대구 북구 도남동 한 야산. 수풀을 헤치고 들어가자 주둥이가 올무에 걸려 죽은 멧돼지 머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와 가죽을 제외한 나머지 부위만 잘라 가져간 듯했다. 해체 작업에 쓴 것으로 보이는 목장갑 두 켤레가 주변에 버려져 있었고, 코에서는 아직 채 마르지 않은 핏줄기도 보였다. 강영구 야생생물관리협회 대구북구지회장은 "몸무게가 90㎏ 정도 되는 암컷인데, 죽은 지 사흘 정도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심 속 야산에서 밀렵이 성행하고 있다. 산림이 우거지면서 야생동물 개체 수가 늘자 이를 노린 밀렵꾼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도심 야산은 등산객들의 발길이 잦아 자칫 안전사고 우려도 제기된다.

대구 북구청과 야생생물관리협회 대구북구지회 회원 20여 명은 이날 북구 도남동 일대 야산에서 올무와 창애 등 밀렵 도구(엽구) 수거활동을 벌였다. 무분별하게 설치된 불법 엽구를 제거해 야생동물과 등산객 등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야산 초입부터 고라니 배설물과 멧돼지 발자국 등 야생동물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불법 엽구도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산을 오른 지 3분도 채 안 돼 올무가 눈에 띄었다. 좁은 갈림길에서는 양쪽으로 3개씩 연이어 올무가 설치돼 있기도 했다. 굵은 철사로 제작된 올무는 무심코 발을 넣고 움직이면 걸려들도록 정교하게 설치돼 있었다.

이날 북구청과 야생생물관리협회가 1시간 동안 수거한 밀렵 도구는 모두 60여 개에 달했다. 강 지회장은 "먹이가 귀한 겨울이면 마을 주변 야산에서 멧돼지가 활동하기 때문에 불법 엽구도 함께 늘어난다. 지난해 말에 한 차례 수거했는데,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이만큼 쌓였다"고 설명했다.

불법 엽구에 사람이 걸려 다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쥐덫과 비슷한 모양의 창애는 가운데 발판을 밟으면 양쪽에 있는 틀이 튀어 올라와 발목을 덮친다. 낙엽 등으로 보이지 않게 덮어놓기 때문에 미리 발견하기도 어렵다. 야생생물관리협회 김기종 대원은 "한 번 걸리면 아무리 큰 멧돼지라도 꼼짝없이 당한다"면서 "보이지 않게 위장을 하기 때문에 사람이 밟고 다칠 가능성도 크다. 등산객이 많은 운암지 주변 야산에서 한 번에 30여 개를 수거한 적도 있다"고 했다.

불법 엽구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대구환경청이 지역에서 수거한 불법 엽구는 2015년 450개, 2016년 598개, 지난해 879개 등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대구환경청 관계자는 "대부분 마을 지리를 잘 아는 주민이 설치하는데, 심증은 있어도 직접 설치하는 장면을 포착하지 않는 한 혐의 입증이 어렵다.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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