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공감적 언어

권충근 대구시 시민행복콜센터 팀장

대구시 시민행복콜센터 팀장
대구시 시민행복콜센터 팀장

지금의 시대는 문화의 시대요, 언어의 시대라고 할 수가 있다. 인생에서 의식주가 해결되니 '어떻게 즐길 것인가'가 관건이 되어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작용되는 것이다. 물질적 풍요로움의 극치에 이른 지금 시대에 언어의 중요성은 더할 나위가 없음이다.

언어(言語)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고, 의사를 소통하기 위한 소리나 문자 따위의 수단이며, 사람들의 생활양식, 감정, 문화, 정서, 사고의 방식과 영역, 생활환경에 따라 형성된 어휘체계를 의미한다.

왕과 관료 그리고 백성들 상호 간의 전방위적인 의사소통이 문제였던 것이다. 무지한 백성들이 한문으로는 의사불통이었으며, 억울한 일을 당한 백성들 스스로 자신의 뜻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던 까닭으로 세종대왕이 이러한 백성들을 어여삐 여긴 통찰이 적중한 결과이다. 훈민정음은 문화사적인 면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책으로써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 국제자문위원회에서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되었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움직이지 아니 하므로 꽃이 좋고 열매가 많으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그치지 아니하므로 내를 이루어 바다에 가느니라"는 '용비어천가'가 주는 교훈에서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후 백성들이 널리 사용하기 전에 실용성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백성들과 무언(無言)으로 傾聽(경청)하였던 것이다. 마치, 악기의 속이 비었기 때문에 맑고 고운소리를 얻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주체성이 강한 세종대왕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종이위의 글을 읽고 쓰면서 판단력을 향상할 수 있게 되었다. 생각의 가장 기본단위인 언어는 이미지와 행동 그리고 습관으로 이어져 인격을 완성하고, 나아가 나의 가치를 향상하는 결과가 된다. 말을 하는 입이 하나이고, 듣는 귀는 두 개인 것은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언어도 이왕이면 교감있게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아이가 상을 탓을 때 부정적 표현은 '무슨 상 탓는데'라고 묻지만, 공감표현은 '기쁘시겠습니다'라고 하고, 최상의 표현은 공감적 경청으로 '부럽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렇듯 공감적, 긍정적 언어를 사용한다면, 더할 나위없는 상생하는 길일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나무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기에 앞서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나뭇가지의 잎과 꽃, 열매의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우리 사회는 한층 성숙된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매사에 '덕분에', '고마워'라는 감사의 표현으로 내가 먼저 고운 언어 쓰기의 본보기가 되어 보자. 마치 구름은 솟구치는 용(龍)을 쫓듯이….

권충근 대구시 시민행복콜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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