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황리에 막을 내린 제35회 대구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연극 '손님들'(극단 처용)이 전국연극제 대구 대표 작품으로로 참가하는 것이 끝내 좌절됐다. 이 연극의 대본을 쓴 작가 고연옥씨가 대구연극제 참가는 허용했지만, 전국연극제에 나가는 것을 불허했기 때문. 극단 처용(대표 성석배)과 대구연극협회(회장 이홍기)는 1개월 넘게 저작권 전문 변호사까지 고용해, 고연옥 작가와 타협을 시도했지만 결국 결렬됐다.
고연옥 작가는 이 작품이 공연표현상 몇몇 대목에서 표절의혹이 제기되는 것을 우려해, 대구연극제 대상을 받았더라도 전국연극제에 나가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판단해 결국 타협을 거부했다.
이홍기 대구연극협회장은 "공연 중 몇가지 표절문제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해, 저작권 전문변호사의 자문을 얻어 일을 원만히 해결하려 했지만 저작권을 갖고 있는 작가의 반대에 부딪쳐 결국 대구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손님들'의 전국연극제 참가를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대구연극제 대상작의 전국연극제 참여가 불발되자, 대구연극협회는 수차례에 걸쳐 긴급회의를 소집한 끝에 연출상을 수상하고 극단 한울림(대표 정철원)의 창작극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를 전국연극제 대구 대표 참가작으로 선정했다.

사실 대구연극제 대상작 '손님들'은 이미 심사과정에서 논란의 씨앗을 안고 있었다. 올해 대구연극제 심사위원이었던 박근형 극작가 및 연출가는 "좋은 창작극이 많이 나왔는데, 아무리 잘 만들어진 연극이라 하더라도 기존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것은 좀 아쉬운 점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대상작 선정 심사결과에서는 '손님들'이 3표,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가 2표를 받아, 결국 '손님들'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런 해프닝 속에 결국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전국 연극제 참가가 결정된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출연진과 스태프는 전국연극제 참가를 위해 맹연습에 돌입했다. 이 작품은 수감번호 264번, 육사 이원록의 내면인 S(영적 존재)를 통해, 그의 삶과 애환을 그려내고 있다. 이육사의 강철같은 이미지 속에는 인간적 고민과 좌절을 가득하다.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는 "우여곡절 끝에 대구대표 작품으로 전국 연극제에 참가하게 됐다. 앞선 공연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잘 보완해 대구 연극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며 "이 작품은 이육사를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고 밝혔다.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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