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채용비리 의혹에 늦어지는 대구은행장 취임, 털 것은 털고 가야

김경룡 DGB대구은행장 내정자의 은행장 선임이 늦어지고 있다. 경산시 공무원 자녀 특혜 채용 연루 의혹과 관련한 사정당국의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탓이다. 창립 이래 맞은 최대 위기를 극복하고 조직을 수습하기 위해 CEO(최고경영자) 리더십 구축이 시급한 대구은행이 CEO 리스크에 다시 발목이 잡히는 형국이다.


지난 1일 대구은행은 이달 4일로 예정돼 있던 은행장 내정자 선임 관련 임시주주총회를 잠정 연기했다. 채용 비리 관련 검찰의 수사 결과를 본 뒤 은행장 선임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지역사회 및 은행 내부 여론을 사외이사들이 받아들인 결과다. 게다가 김 내정자가 “오해를 벗고 ‘참된 CEO’로서 임직원 앞에 떳떳하게 서고 싶다”고 스스로 요청했다는 점에서 임시주총 잠정 연기는 피치 못할 선택이었다고 본다.


지난해 이후 잇따른 악재로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DGB금융지주 및 대구은행이 총체적 난국의 터널 속에서 좀처럼 빠져나올 기미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만신창이가 된 조직을 수습하고 하이투자증권 인수 같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조직 전체가 혼연일체가 돼 함께 뛰어도 부족할 판이다. 그런데도 새 CEO 선임 문제조차 깔끔히 마무리 못 짓고 사태를 이 지경에 이르게 만든 대구은행 및 사외이사들에 대한 지역민들의 실망감도 매우 크다.


대구은행으로서 경영 공백 장기화는 좋은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찜찜한 것을 털지 않고 그냥 가는 것은 더 나쁜 선택이다. 갈가리 찢긴 대구은행 조직을 추스르고 급변하는 금융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강건한 리더십 확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산시 공무원 자녀 채용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와야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박인규 전 은행장에 이어 현직 은행장이 다시 검찰 수사를 받는 사태가 생겨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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