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우면서 즐기는 답사여행] 과거, 현재, 미래가 어우러진 전주

초여름의 실록과 문화유산을 맛볼 수 있는 답사여행지로 제격인 풍패지향(豊沛之鄕·태조 이성계의 관향)의 고장 전북 전주로 떠난다.

전통민속놀이, 문화유산, 볼거리가 풍성한 전주는 예향(藝鄕), 관향(貫鄕), 미향(味鄕)의 고장이다. 전주에는 명인명창의 요람 대사습놀이, 산수화가 듬뿍 담긴 합죽선이 전승되고 있다. 이성계가 황산대첩 전승 후 연회를 베풀었다는 오목대와 이목대, 화려한 연꽃으로 이름난 덕진공원, 한옥마을 등 볼거리 먹거리가 무궁무진하다.

먹거리로는 정성과 철학이 담긴 전주의 대표음식 전주비빔밥, 상차림에 놀라고 맛에 놀란다는 전주한정식, 얼큰하고 담백한 콩나물국밥, 싱싱한 민물고기로 요리한 매콤하고 얼큰한 오모가리탕 등이 유명하다.

오늘은 태조 이성계 어진을 모신 경기전, 아름다운 전동성당, 한옥마을을 감상하기 좋은 오목대 이목대로 안내한다.

태조 이성계 어진을 모신 경기전 정전의 중후한 모습.
태조 이성계 어진을 모신 경기전 정전의 중후한 모습.

◆태조 이성계 어진 모신 경기전

전주의 명소인 경기전(慶基殿)은 전주 시내 중심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에 있다. 조선시대 전국의 주요 지방에는 임금의 어진을 모신 진전이 있었다. 경기전 뿐만 아니라, 평양의 영숭전, 경주의 집경전, 개성의 목청전, 영흥의 준원전이 있었다. 지방의 작은 궁궐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다.

태종 10년(1410)에 세워진 경기전의 첫 이름은 어용전(御容殿)이었다. 이후 진전으로 불리다가 세종 24년(1442) 경기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임진왜란 때 모두 불타 버려 현재 남은 건물은 광해군 6년(1614)에 중건한 건물이다.

경기전 입구에 있는 쌍사자가 비신을 받치고 있는 아주 귀한 하마비.
경기전 입구에 있는 쌍사자가 비신을 받치고 있는 아주 귀한 하마비.

경기전의 수 만평 녹지 공간은 문화유산을 둘러보면서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정문 앞에는 '지차개하마 잡인무득입'(至此皆下馬 雜人毋得人)이라는 하마비가 있다. '이곳은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곳이기에 신분이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이 비 앞에서는 말에서 내려라'는 뜻이다. 하마비는 궁궐, 종묘, 문묘, 향교, 감영, 사찰 앞에 세워진다. 이 비는 암수 2마리의 사자가 비신을 받치고 있는 특이한 모습이다. 암사자, 수사자를 구분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홍살문을 지나 내삼문을 통과하면 정전이 보인다. 규모가 궁궐 만큼 크지 않지만 왕릉에서 볼 수 있는 정자각 건물과 흡사하다.

조선 왕조를 건국한 이성계의 어진. 무인이었지만 수수해 보이는 동안이다.
조선 왕조를 건국한 이성계의 어진. 무인이었지만 수수해 보이는 동안이다.

실내가 밝지 않은 정전 내부에는 태조 이성계 어진이 봉안되어 있다. 어진(御眞)이란 왕의 초상화로 어용, 수용, 어영, 진용으로도 불린다. 조선 왕조 27대 왕 중 현존하는 어진은 태조, 영조, 철종 뿐이다. 지폐 1만원권에 있는 세종이나 정조 어진은 실제 모습이 아니라, 추정하여 그린 것으로 국가에서 공인한 표준영정이다. 고종과 순종 어진은 사진을 보고 모사한 것이다.

경기전 우측에는 사찰의 부도와 흡사한 예종대왕 태실 및 태실비가 있고, 태실 곁에는 조선 전기 4대 사고(史庫:춘추관, 성주, 충주, 전주) 중 한 곳인 전주사고가 있었다. 현재는 그 터에 실록의 역사를 반추해 볼 수 있도록 2층 다락집 건물로 사고를 복원해 놓았다.

한옥마을 입구 공영주차장에 주차한 후 10분 정도 걸어가야 하며, 입장료는 어른 3천원이다.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과 권상연의 순교 터에 세운 멋스런 전동성당.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과 권상연의 순교 터에 세운 멋스런 전동성당.

◆아름다운 성당, 전동성당(殿洞聖堂)

전동성당은 경기전이 있는 동네에 있어 전동성당이라 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중 하나로 손꼽히며 영화 '약속', '전우치' 등을 촬영한 곳이다. 이 성당은 사적 제288호로 지정되었으며 천주교도들의 순교 터에 세웠다. 당시는 전주부성의 남문인 풍남문 밖에 지어진 성당이다.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과 권상연의 순교 터에 세운 멋스런 전동성당.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과 권상연의 순교 터에 세운 멋스런 전동성당.

전동성당은 아픈 역사의 현장이자 성스런 순교지이다. 정조 15년(1791)에 윤지충(바오로)과 권상연(야고보)이 최초로 순교했고, 순조 원년(1801)에는 호남 첫 사도 유항검(아우스티노)과 윤지헌(프란치스코) 등이 이곳에서 박해를 받고 처형되었다. 이들의 뜻을 기리고자 고종28년(1891)에 프랑스 보두네 신부가 부지를 매입하고 건축을 시작하여 1914년에 완공하였다.

회색과 붉은색 벽돌을 사용해서 지은 건물은 겉모습이 서울의 명동성당과 비슷하다. 명동성당, 대구 계산성당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성당으로 손꼽힌다. 호남지역 최초로 지어진 로마네스크 양식 건물로 장방형의 평면에 외부는 벽돌로 쌓았으며 중앙과 좌우에는 비잔틴 양식의 종탑이 있다. 내부 천정은 아치형이며 양옆의 통로 위 천장은 십자 형태로 교차된 아치형이 섬세하고 화려하다. 성당 건축에 사용된 벽돌은 당시 일본 통감부가 전주부성을 헐면서 나온 흙을 벽돌로 구워 만들었으며 풍남문 성벽에서 나온 돌로 성당의 주춧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성당 건물 뒤편에는 피에타상이 있다. 성모 마리아가 죽은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모습의 그림이나 조각상을 피에타(pieta)라고 하며 피에타는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이다.

풍남문 방향 성당 뜰 모서리가 사진 포인트다. 성당에서 바라보이는 풍남문은 전주부성의 남문이다. 인근에 야시장이 열리고 청년몰도 있다. 입장료는 없으며, 성당 개방시간은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오목대(梧木臺)와 한옥마을

700여 채의 한옥이 고풍스런 전주한옥마을.
700여 채의 한옥이 고풍스런 전주한옥마을.

700여 채의 기와집 한옥이 가지런히 모여 있는 전주 한옥마을은 고풍스런 분위기에 고향마을 같은 느낌을 준다. 이 마을에는 전통종이 '한지', 전통음식 '한식', 전통의상 '한복' 즉 '전통 3한'을 보고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전통문화체험의 1번지라 할 수 있다. 거리 풍경은 늘 명절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도로가 미어터질 듯이 많은 젊은이들이 한복을 입고 간식을 즐기며 사진 찍고 거리를 활보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한옥마을 원경을 가장 잘 볼 수 있고 사진 촬영하기 좋은 곳은 한옥마을 동쪽 야산이다. 즉 오목대 올라가는 데크로드 중간지점이다.

오목대는 한벽당과 전주향교 북쪽에 벼랑같이 솟은 언덕위에 세워진 누각이다. 고려 말 우왕 6년(1380) 이성계가 왜구를 무찌르고 돌아가던 중 그의 선조인 목조 이안사가 살았던 이곳에 들러 승천을 자축하던 곳이다. 이후 고종황제가 친필로 쓴 '태조고황 제주필 유지비'의 비석을 세웠다.

이목대는 오목대에서 육교를 건너 자만벽화마을 입구에 있다. 이 비에는 '목조대왕 구거유지'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이 글씨 또한 고종황제 친필이라 전해진다. 목조는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4대조로 어릴 때 이곳에서 진법(陣法)놀이를 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목조가 당시 전주 부사와의 불화 때문에 함경도로 옮겨 갔으므로,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게 되었다고 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전하는 곳이다. 언덕 아래에는 수령 400년 이상 된 은행나무 5그루가 있는 전주향교가 있다. 함께 둘러보면 된다.

tip:
※가는 길:대구→광대고속도(구 88고속도)→함안→대전·통영고속도→장수·익산고속도→소양IC→한옥마을 공영주차장(소요시간 약 2시간20분)
※덕진공원(연못): 연꽃이 가득한 덕진공원은 자연공원으로 전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연못이다. 수면위에 넓게 펼쳐진 연꽃군락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서정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곡선형 연못의 제방을 따라 전통음악을 들으며 걷거나 보트를 타고 즐길수 도 있다.
※전주 동물원: 희귀종인 반달사슴곰, 호랑이, 늑대, 재규어 등 106종 600여 마리의 동물을 구경 할 수 있다. 입장료 일반 1300원, 어린이 400원. 예약 063)281-6759.
*삼백집(1666-1947): 창업자 이봉순 할머니는 아무리 많은 손님이 찾아와도 하루 300 그릇이 다 팔리면 오전이라도 문을 닫았다고 하여 간판 없던 콩나물국밥집이 '삼백집'이 되었다. 콩나물국밥 1인분 6천원, 모주 1잔 2천원이다.

글 사진 이승호 답사마당 원장 leesh06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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