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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조현우 "대구FC서 뛰는 게 너무 행복…당분간 K리그에 집중"

"나를 뽑아준 대구FC에 감사"…매일신문 창간 72주년 기념 신문 지상 단독 인터뷰

러시아 월드컵에서 활약한 대구FC 소속 조현우가 5일 오전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에서 활약한 대구FC 소속 조현우가 5일 오전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응답하라 대구, 열려라 시민제안' 행사에 참석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된 선수가 있다. 조현우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낳은 최고 스타 조현우가 5일 대구로 돌아왔다. 금의환향한 '대 헤아(대구 데 헤아)' 조현우를 매일신문 창간 72주년을 기념해 단독 인터뷰했다.

-먼저, 첫 월드컵 출전 감회가 어떠냐?

▶대표팀 명단이 발표됐을 때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아내와 함께 엄청 좋아했다. 월드컵은 축구 선수라면 어릴 적부터 꿈꾸는 무대다. '과연 나갈 수 있을까' 했던 월드컵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어떠한 말로도 표현이 안 된다.

-이번 월드컵 나가면서 경기에 출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그것도 첫 경기부터?

▶솔직히 경기에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전혀 생각 못했다. 골키퍼 코치님은 골키퍼 세 명에게 늘 똑같이 훈련시켜 주셨다. 김승규 골키퍼가 경험이 많기 때문에 내가 나갈 거라곤 전혀 생각 못했다. 경기 당일 미팅 때 내가 주전으로 나가는 것을 알게 됐다. 나에게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잘하면 경기에 나갈 수도 있겠다'고 느낀 적이 있나? 있다면 언제쯤이냐?

▶스웨덴과의 1차전 전날 훈련할 때 골키퍼 코치님이 승규 형이랑 나랑 똑같이 훈련을 시켰다. 그때 처음으로 '아, 잘하면 경기에 나갈 수도 있겠구나. 아직 누가 나갈지 안 정해졌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월드컵 조별리그, 특히 스웨덴과의 1차전 때 경기 내용과 결과 모두 좋지 않아 대표팀이 비난 받을 때 홀로 빛났다. 동료들에게 미안하거나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홀로 빛났다'는 얘기를 듣고 어쩔 줄 몰랐다. 앞에서 뛴 선수들이 더 열심히 했는데… 저를 칭찬해 주셔 너무 감사하지만 선수들 정말 준비 많이 했고 좋은 경기하려고 준비했는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속상한 마음도 들었다. 선수 모두 고생하고 준비 많이 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독일과의 3차전 때 킥이 좀 부정확한 거 같던데 긴장 했었나?

▶힘이 많이 들어가 미스가 많이 났던 것 같다. 독일 선수들이 앞으로 많이 나와 경기를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공을 잡으면 상대 최종 수비라인 뒷 공간으로 차서 최전방에 있는 손흥민에게 연결하는 게 이날 우리 팀 전술이었다. 그래서 흥민이에게 공을 최대한 정확히 차서 보내기로 입을 맞췄는데, 그렇다 보니 심리적으로 부담이 많이 됐다. 흥민이에게 정확히 공을 주려고 하다 보니 힘이 많이 들어갔고, 그렇다 보니 미스가 많았던 것 같다. 앞으로 더 성장하려면 킥과 피지컬 준비를 더 잘해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첫 경기 전까지 다들 대표팀 붙박이 주전 골키퍼였던 김승규 선수가 당연히 출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현우 선수가 1차전에 나서더니 3차전까지 골문을 지켰다. 김승규에 대한 마음이 어땠나. 미안했나?

러시아 월드컵에서 활약한 대구FC 소속 조현우가 5일 오전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에서 활약한 대구FC 소속 조현우가 5일 오전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응답하라 대구, 열려라 시민제안' 행사에 참석해 팬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첫 경기 출전 명단이 나온 뒤 경기장 가는 중에 승규형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너는 정말 멋지다. 한국 골키퍼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메시지를 받고 정말 큰 힘이 됐다. 승규형, 참 힘들었을 텐데 용기 내서 문자를 보내 줘 고마웠고, 한편으로 너무 미안했다. 그래서 경기 끝나고 승규형, 진형이형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괜찮다. 그런 생각하지 마라'고 하더라. 골키퍼 코치님도 컨트롤을 잘해주셨다. 이번에 골키퍼 코치님, 승규형, 진현이형과 준비하고 함께 한 과정과 시간들이 너무 행복했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너무 좋은 분들이다. 다시 만나서 다시 해보고 싶다. 앞으로 선의의 경쟁은 계속 이어질 거 같다.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누구하고 가장 친했나. 가장 힘을 준 사람은 누구냐?

▶포지션이 골키퍼다 보니 골키퍼 형들하고 가장 친했다. 특히 김진현 선수는 가장 고참인데, 그래서 더 힘들었을 텐데도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후배들 챙기는 모습이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뭐 필요한 거 없느냐'고 물을 때마다 힘이 많이 됐다.

골키퍼 이외의 다른 선수 뽑자면 장현수 선수다. 현수하고는 친구다.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같이 해왔다. 현수가 '현우야, 우리는 너 믿고 경기 나가는 거야. 네가 다 막아줘' 했다. 나에 대한 그 믿음이 정말 자신감을 갖게 했다.

-대표팀에 있으면서 신태용 한국 대표팀 감독과는 얘기를 많이 나눴나. 신 감독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웃으며)다른 선수들과 달리 별도로 개인 면담을 한 적은 없다. 월드컵이라는 무게감, 중압감이 컸을 텐데도 나를 대표팀에 뽑아주시고 경기에 나갈 수 있게 해주셔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평소 선수들과 대화와 소통을 많이 하시고 선수들 긴장도 많이 풀어주셨다. 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지만 선수들은 다 감독님 좋아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제 세계적인 선수가 됐는데 기분이 어떠냐. 유럽이나 해외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오면 어떻게 할거냐?

▶지금은 K리그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대구FC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우선이다. 해외 진출 등 관심을 가져 주셔 감사하지만 지금은 K리그 팬들에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게 맞다. 해외 얘기는 할 단계가 아니다.

그리고 대구FC 선수로 뛰는 게 지금 너무 행복하다. 현재로선 다른 곳으로 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다. K리그, 대구FC에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맨유(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해외 다른 유명 구단으로 가고 싶어 한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지만 '맨유 가고 싶지 않느냐'고 물으셔서 '가고 싶다'고 했을 뿐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발탁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선발돼 가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 문제도 해결된다. 기대되나?

▶월드컵도 그랬듯이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고 기다리는 거다. 아시안게임도 끝까지 가봐야 안다고 생각한다. 대구FC에서 열심히 하겠다.

병역 면제 관련해선 솔직히 관심은 있다. 그러나 욕심 부리거나 지나치게 기대하는 마음을 갖지는 않을 거다. 혹시 그게 아니더라도 상무팀에 가면 된다. 상무는 군대라기보다 K리그에 소속된 팀이다. 축구 선수에게 그런 팀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병역 문제에 대해 큰 걱정 안하고 매순간 즐기면서 축구할 수 있었다. 지금도 똑같다. 상무에 가게 되도 정말 열심히 할 거다. (웃으며)상무 가서 대구FC 만나더라도 다 막아버릴 거다.

-하반기에 소속팀인 대구FC의 성적이 좋아질 거 같나?

▶완전 치고 올라갈 것 같다. 조광래 대표이사님이 이번에 직접 영입하신 외국인 선수들의 경기를 영상으로 보니 정말 잘 하더라. 하반기엔 팬들도 굉장히 재밌는 경기를 보실 거라고 생각한다. 하반기가 정말 재밌을 거 같고, 완전 기대된다.

-국가대표로 출전한 월드컵에서도 인터뷰할 때 대구와 대구FC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등 대구와 대구FC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대구FC, 그리고 대구는 조현우 선수에게 어떤 곳인가?

▶대구FC는 대학 선수 시절 나를 굉장히 원했던 팀이고, 프로에 첫 발을 내딛게 해준 곳이다. 이에 처음부터 감사하고 보답하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대구에서 좋은 일도 많이 생겼다.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결혼도 하고 애기(딸 하린)도 낳았다. 우리끼리 '대구에 안 왔으면 우린 못 만났다'고 얘기하곤 한다. 그리고 이번에 월드컵도 갔다왔다. 대구FC는 정이 많이 가는 팀이다. 이곳에서 사랑도 많이 받았다.

대구는 정말 살기 좋은 곳이다. 결혼해서 살다보니 더욱 그걸 느낀다. 이번에 대표팀 가서도 다른 선수들에게 '대구가 좋다'는 자랑을 많이 했다. 넓고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다고. 저는 대구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고향인 서울도 가고 싶지만 대구에서 살까 하는 생각도 많이 한다. 아내랑 '은퇴 후 대구에서 살자'라고 애기하곤 한다.

-마지막으로 대구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 갈 때 대구FC라는 소속감에 대해 자랑스러웠고 책임감도 있었다. 동료 선수들에게 '자존심을 지키고 오겠다'고도 했다. 대구팬분들께서 밤 늦은 시각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 모여서 응원하는 것도 기사를 통해 봤다. 너무 감사했다. 앞으로도 이번 월드컵보다 더 좋은 경기력 보여드리려고 죽도록 할테니 나와 대구FC 더 사랑해주시고 더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다. 대구FC에도 국가대표로 갈 수 있는 선수가 많다. 직접 경기장에 찾아오셔서 응원해주시면 모두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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