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천지간에 살아가고 있는 것은 我生天地間(아생천지간)
거대한 맷돌 위의 개미와 같은 거라 一蟻寄大磨(일의기대마)
내 아무리 오른 쪽으로 가려고 애를 써도 區區欲右行(구구욕우행)
천지가 왼쪽으로 도는 것을 어찌 하리 不救風輪左.(불구풍륜좌)
*원제: 遷居臨皐亭(천거임고정: 좌천되어 임고정에 살면서)
불세출의 문호(文豪) 동파(東坡) 소식(蘇軾:1036-1101)은 원초적으로 세계와 불화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다. 세상이 늘 그의 생각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는 세상이 돌아가는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면서, 여러 번에 걸쳐서 참으로 격렬한 상소문을 올려보기도 했지만, 그가 올린 상소문은 번번이 묵살되었다. 게다가 한창 나이인 44세 때는 ‘오대시안’(烏臺詩案)이라고 불리는 필화사건을 만났다. 동파가 썼던 시들이 황제와 정권 실세들을 모욕했다는 반대편의 참소로 느닷없이 일어났던 사건이었다. 그는 한동안 콩밥을 먹으며 어두운 감옥에서 세월을 보냈고, 갖가지 곡절을 다 겪은 끝에 황주(黃州) 땅으로 좌천(左遷)되었다.
위의 시는 낯선 타향인 황주에 도착하여 가까스로 거처를 마련한 동파가 당시의 심회(心懷)를 시적 구도 속에 포착한 작품이다. 제법 긴 작품의 첫머리 부분인데, 자기 자신을 맷돌 위의 개미에 비유한 비유 자체가 정말 절묘하다. 어디 꼭 동파만 그렇겠는가. 우리가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도 거대한 맷돌 위의 개미와 다를 바가 아무 것도 없다. 응당 오른쪽으로 돌아야 할 맷돌이 줄창 왼쪽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맷돌 위의 개미가 제 아무리 아등바등 발버둥을 치면서 오른쪽으로 가보려고 애를 써본들 그것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백 사람의 의견이 모두 다 잘못될 수는 없다’는 옛날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폐하께서는 어찌하여 온 천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여 고집을 부리려고 하시는 것입니까?” 동파가 민의를 등지고 엉뚱한 방향으로 맷돌을 돌리고 있는 황제에게 올린 상소문의 한 대목이다. 어찌 동파의 시대에만 그랬겠는가. 자기 한 사람의 신념만으로 일수불퇴(一手不退)의 고집을 부리는 권력 실세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어왔다. 그런 사람들이 어처구니(=맷돌의 손잡이)를 잡고 있으면, 맷돌 위의 개미들이 총궐기하여 다 들고 일어나서 맷돌의 방향을 바꾸려고 애를 써도 모두 헛수고에 불과하다. 요컨대 맷돌을 돌리는 사람이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심사숙고 하여 제대로 잘 돌려야 하는 것이다.
시인·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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