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와대 통신] 복심(腹心)의 엄지

최경철 서울 정경부장
최경철 서울 정경부장

지난달 30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 문재인 대통령과 시도지사들과의 일자리 창출 간담회가 진행됐다. 기자는 시도지사별 프레젠테이션이 있기 전 가장 관심을 둔 단체장이 있었다.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였다.

매일신문 기자로서 임무를 생각한다면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상북도지사의 발표에 귀를 쫑긋 세워야 했지만 기자의 안테나 방향은 자꾸만 김경수 지사를 향하고 있었다. 문 대통령의 복심답게 '소주성'(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열렬한 지지 의사를 표명한 뒤 이런 연장선에서 경남 도정의 소주성 동참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을까?

예상은 빗나갔다. 마이크를 잡은 김 지사는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내내 소주성이라는 단어를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제조업을 살리지 않으면 답이 없다, 제조업 경쟁력이 하락하는 이상 자영업도 살아나기 어렵다." 김 지사는 발표 내내 제조업 부흥을 강조했다.
그는 제조업 부흥의 해법으로 '스마트 공장'을 내밀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제조업 생산의 전 과정에 적용, 생산성과 품질, 고객 만족도를 동시에 향상시키는 지능형 생산공장인 스마트공장이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는 열쇠라는 것이다.

김 지사는 자신이 직접 방문했던 경남 김해의 스마트 공장인 '신신사'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 수년간 스마트 공장 시스템을 구축한 신신사는 스마트 공장으로의 변신을 통해 매출이 24% 늘어났고 일자리도 20% 증가했다는 것. 스마트 공장을 하면 자동화의 진전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 같지만 실제는 생산성 매출의 쌍끌이 향상으로 인해 오히려 인력 고용이 늘어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고 김 지사는 강조했다.

스마트 공장은 지난 박근혜 정부 때 본격화한 제조업 혁신 3.0 정책의 하나다. 박근혜 정부는 대구경북은 물론, 전국에 만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중소기업들의 스마트 공장화 작업에 나섰다.

'영원한 적폐'로 낙인 찍혀 있는 박근혜 정부가 제조업 혁신모델로 제시하면서 확산 작업에 시동을 걸었던 스마트 공장. 다른 사람도 아닌 문 대통령의 복심 김경수 지사가 문 대통령 앞에서 그 효과에 대해 얘기했다. 세월이 흘러 여야가 뒤바뀐 뒤, 훗날의 대통령 복심이 지나간 문재인 정부의 경제산업정책 중 "바로 이것"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만한 것은 무엇일까? 소주성일까? 또 다른 히트작이 나올까?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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