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그런 적이 있었다. 어떤 교수가 새로 산 컴퓨터를 두고 "왜 야후가 안 깔려 있느냐?"며 역정을 냈다. 막 설치를 끝내고 자리를 뜨려던 컴퓨터 기사는 말문이 막혔다. 그런 게 아니라고, 웹사이트는 소프트웨어와는 다른 거라고 잘 설명해야 하는데 하다 보니 자꾸 변명처럼 되고 말았다. 결국 하릴없는 사과와 함께 웹브라우저의 초기 화면을 '야후'로 바꿔 놓고서야 상황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1990년대 말, 포털 사이트 '야후'의 위상이 그랬다.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야후는 삼위일체처럼 거의 동급에 가까웠다. 그때쯤이었다. 대한민국의 한 청년 기업이 좀 별난 광고를 냈다. 광고의 헤드카피가 '이순신 장군님, 야후는 다음이 물리치겠습니다'였다.
사실 그걸 처음 본 순간 피식 웃고 말았다. 가당찮은 만용이나 치기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게 조금씩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야후코리아는 그들에게 밀리고 또 다른 한국의 청년기업 N사에도 계속해서 시장을 빼앗겼다. 그리고 2012년 말, 검색 시장 점유율 0.25%라는 초라한 성적을 끝으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그렇게 말도 안 돼 보이던 일이 진짜 일어난 것이다. 현재 이 토종 기업에는 2천 명이 넘는 청년들이 일하고 있다.
또, 그런 적도 있었다. 미국 B사가 출시한 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세계적인 대박을 터뜨렸다. 혁신적인 콘텐츠와 기술로 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고 스스로 e-스포츠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군림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PC방이라는 새로운 업종의 탄생에 결정적 기여를 했고 동시에 프로게이머라는 직업도 각광을 받았다. 그런데 '스타'로 시작하는 이름의 이 게임대회를 한국의 청년들이 모조리 석권하다시피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청년들은 그걸 능가하는 새로운 게임을 만들겠노라며 덤벼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B사의 독점적 지위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의 청년 기업들은 게임 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고 B사가 지배하던 게임 시장은 군웅할거의 각축장이 되었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현재 이 청년 기업들은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한 축을 떠받치고 있다.
한때,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인터넷과 콘텐츠 산업에 뛰어든 적이 있다. 막강한 자본과 조직으로 게임 퍼블리싱 분야에도 진출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없다. 그들이 자랑하던 포털 사이트들은 이제 이름조차 기억에서 희미해졌다. 살아남은 기업은 오직 그때의 그 청년들이 세우고 끌어온 회사들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야후와 맞장 뜨던 그런 청년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꽤 오랫동안 그랬다. 미국의 청년들이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중국의 청년들은 새로운 커뮤니티를 구축했지만 한국의 청년들은 내내 아프고 힘들기만 하다. 미국의 청년 기업 알파벳(구글의 모기업)에 대항하는 이도 여전히 '그때의 청년', 지금의 장년들이다. '오늘의 청년'들은 대신 '구글 입사'를 꿈꾼다.
정부는 날마다 혁신성장을 말하지만 늘 그랬듯 혁신은 청년정신과 도전에서 비롯된다. 공무원시험과 대기업의 문만 두드리는 절대다수의 청년들에게 몇 달 더 버틸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는 청년도 구하지 못할뿐더러 성장의 새로운 동력 또한 얻지 못한다. 청년을 가르는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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