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은 캐딜락을 몰고, 안타왕은 쉐비(포드)를 운전한다."
야구계 명언대로 홈런왕이 안타왕보다 더 좋은 차를 타는 이유가 올해 가을야구에서 증명됐다. SK 와이번스는 홈런으로 대표되는 '빅볼' 야구를 앞세워 두산 베어스를 꺾고 8년 만에 우승 샴페인을 터트렸다.
12일 끝난 올해 한국시리즈는 홈런 1위와 득점 1위 팀 간 대결이었다. SK는 팀 홈런 233개로 압도적 1위다. 제이미 로맥(43개), 한동민(41개), 최정(35개) 등 35홈런 이상 타자만 3명이다.
반면 두산은 팀 홈런 4위(191개)이지만 득점력이 돋보인다. 경기당 평균 득점 6.56점으로 SK(5.76점)와는 차이가 컸다. 팀 타율도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3할을 넘겨 0.309를 기록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두 팀은 8승 8패를 기록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달랐다. SK는 '홈런 군단'답게 화끈한 대포쇼를 앞세워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SK는 1차전에서 한동민과 박정권이 나란히 투런포를 터뜨렸고 3차전에서는 로맥이 멀티포, 이재원이 쐐기포를 기록하며 역시 승리를 거뒀다. 6차전에서도 홈런이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SK는 3대4로 뒤지던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최정의 극적인 동점 솔로포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 13회초에는 한동민이 우중간 담장 너머로 타구를 보내며 역전했다.
홈런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단기전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게 그동안 야구계 정설이었다. 그보다는 번트와 진루타 등에 의존하는 '스몰볼'이 승리의 첩경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결국 SK에 승리를 안긴 것은 홈런이었다. 거포들이 고르게 분포한 SK는 봇물 터지듯 홈런을 쏟아내며 '뻥야구'는 단기전에서 안 먹힌다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반대로 두산은 시리즈 전체 6경기에서 안타 수 53개로 SK(45개)보다 8개나 더 치고도 대포 싸움에서 열세를 보이며 준우승에 그쳤다. 리그 홈런 1위인 4번 김재환의 공백이 생각 이상으로 컸다.
각 팀의 에이스들이 총출동하는 단기전에서는 연속 안타가 나오기 어렵다. 정교한 타격을 갖춘 팀이라 하더라도 득점을 뽑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하지만 홈런은 타구 하나로 득점을 만든다. 특히 한 경기 한 경기가 총력전인 한국시리즈에서는 결정적 '한 방'이 시리즈의 승패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가 된다.
이는 2015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3년째 가을야구 진출해 실패한 삼성 라이온즈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의 팀 홈런 순위는 사상 초유의 타고투저 흐름에도 2016년 5위(142개), 2017년 7위(145개), 올해 9위(146개)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페넌트레이스 5연패를 달성한 2011년~2015년 동안 삼성의 팀 홈런 순위는 단 한 번도 5위 이하를 기록한 적이 없다.
삼성은 명가 재건을 내세우며 최근 과감한 팀 리빌딩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장타력 강화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삼성이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예년처럼 거포 영입에 나서지 않는다면 대권 재도전은 허황된 말로 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