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맞지 않는 옷' 입은 대구국제공항…이용객 400만명에 시설은 터미널 수준

이용객 폭증에도 시설 확충은 늦어져…공항에 셔틀버스도 전무
2001년 지은 작은 청사 그대로 사용… '이용객 불편'

대구국제공항의 격리 대합실은 좁은데다 의자도 192개 뿐이어서 많은 이용객들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는 중장기대책으로 격리대합실을 리모델링해 100석 가량의 대기석을 늘리기로 했다.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 제공
26일 대구국제공항의 주차장이 주차된 차량으로 가득 들어차 있다. 김근우 기자
대구국제공항의 격리 대합실은 좁은데다 의자도 192개 뿐이어서 많은 이용객들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는 중장기대책으로 격리대합실을 리모델링해 100석 가량의 대기석을 늘리기로 했다.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 제공

현재 대구국제공항은 아이 옷을 입은 어른의 모양새다. 이용객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기존 공항 시설은 날로 커지는 덩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공항 이용객은 2013년 108만 명에서 올해 405만 명으로 5년 만에 3.7배나 증가한 반면, 공항 시설 규모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대구공항이 수용할 수 있는 승객 수요가 한계에 부닥치면서 불편이 적지 않다.

◆ 셔틀버스 한 대 없는 '국제공항'

26일 오후 대구국제공항. '만차' 표시판이 세워진 주차장 입구에는 순서를 기다리는 차량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운 좋게 주차에 성공한 이용객들은 커다란 짐가방을 꺼내 삼삼오오 공항으로 들어섰다. 공항 진입 도로는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차량들로 병목현상을 빚었다.

대구공항이 성장하면서 이용객들이 겪는 가장 큰 불편은 교통이다. 대구공항은 도심에 있으면서도 도시철도역과 멀고, 청사 바로 앞 버스정류소에 정차하는 시내버스 노선도 101번과 101-1번이 전부다.

대구국제공항이 연간 수용 가능한 여객은 375만 명 규모지만, 올해 405만 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이를 돌파하면서 여러 문제가 생기고 있다. 하나 뿐인 대구공항 수하물 수취대의 모습.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 제공
26일 대구국제공항의 주차장이 주차된 차량으로 가득 들어차 있다. 김근우 기자

대구경북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대구공항 항공여객 행동특성 분석'에 따르면, 탑승객들이 이용한 교통수단은 승용차(48.6%)와 택시(43.3%)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실상 대중교통 접근성이 최악인 셈이다.

불편한 대중교통은 폭발적인 주차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에 따르면 2015년 15만1천362대였던 대구공항의 연간 주차대수는 지난해 25만7천749대로 2년 만에 70.3%나 늘었다. 평일에도 주차장에는 빈 자리를 찾기 어렵고, 인근 골목은 불법주차로 몸살을 앓는다.

해외여행 이용객이 많은 공항 특성 상 장기 주차가 많은 점도 주차난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공항공사가 지난 4월 조사해보니 대구공항 주차장 1천306면 가운데 72시간(3일) 이상 장기주차하는 비율은 41.7%나 됐다. 이는 김해공항(34%)이나 김포공항(32%) 등 다른 국제공항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수년 간 거듭된 교통 불편에도 대구시는 대체 교통수단 마련에 소극적이다. 한때 동대구복합환승센터와 공항을 오가는 셔틀버스 노선을 구상하기도 했지만, 택시업계 반발을 이유로 논의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공항을 이용하려 KTX를 타고 대구를 찾은 외지인들은 크게 당황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셔틀버스를 운용하려면 10분 안팎의 짧은 배차간격을 유지할 만한 수요가 나와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어렵다"며 "시내버스에 짐가방을 싣는 공간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 낡고 부족한 내부 시설도 분통

2001년 준공돼 별다른 증축 없이 사용되고 있는 청사 건물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대구공항 청사가 수용 가능한 여객 수는 375만 명이다. 설계 당시 대구공항 여객 수요를 최대 200만 명 안팎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대구공항 이용객은 405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용객들이 몰리는 격리대합실(출국장)과 출입국 심사대, 보안검색대 등은 이미 수용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지난 26일 대구공항 보안검색대 앞에서는 잠시 실랑이가 빚어졌다. 한 이용객이 주머니 속 물건들을 꺼내느라 시간을 지체하자, 뒤에 있던 이용객이 먼저 바구니에 짐을 담으며 혼란이 빚어진 것. 유일한 검색대 뒤에서는 보안요원이 "순서대로 짐을 담아달라"고 목청 높여 외쳤다.

대구국제공항이 연간 수용 가능한 여객은 375만 명 규모지만, 올해 405만 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이를 돌파하면서 여러 문제가 생기고 있다. 하나 뿐인 대구공항 수하물 수취대의 모습.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 제공

수하물 수취대가 하나밖에 없어 국제선 항공기가 들어올 때마다 정체 현상이 빚어지고, 격리대합실에 여성화장실이나 흡연실 등 편의 시설이 부족한 점도 불편을 자아낸다. 한 이용객은 "출국장에 여성 화장실이 한 곳밖에 없어서 승객들이 몰리면 오래 기다리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이용객은 "공항에 설치된 VIP라운지는 내부 시설도 부끄러운 수준인 데다가, 국제선이 없는 대한항공 이용객만 이용할 수 있어 늘 텅텅 비어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이용객 과밀에 따른 문제점은 시설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지만, 특히 이용객들의 피로도가 심한 입국 항공편 수하물 수취대에서 불편 민원이 잦다"면서 "다른 부분은 시설 개보수로 해결할 수 있지만, 수하물 부분은 정말 방법이 없어 골머리만 앓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편은 폭증하지만 활주로 시설 개선도 늦어지고 있다. 현재 대구공항에는 2개의 활주로가 있지만, 민항기 안전운항의 핵심인 계기착륙장치(ILS)는 1곳에만 설치돼 있다. 활주로 운영등급도 두 번째로 낮은 'CAT-I'에 머물러 조종사의 시정거리가 550m 이상일 때만 이착륙이 가능하다. 올해부터 김포공항과 김해공항이 활주로 시설을 대폭 개선해 각각 'CAT-IIIb'와 'CAT-II'로 운영등급을 상향한 점과 비교된다.

문제는 곳곳에서 터져나오지만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는 통합 신공항 이전 문제를 이유로 대책 마련을 주저하고 있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대구공항을 현 수요에 맞게 전면 개보수하는 데 600억원가량 들 것으로 추산되는데, 만약 신공항으로 이전하면 모두 매몰비용이 된다"면서 "타 공항보다 많은 투자를 하고 있긴 하지만 적극적인 투자는 망설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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