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좋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유튜브에선 광고를 건너뛰기 바쁘다.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단을 돌리거나 마케팅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애써 피해 다닌다. 조형물 광고는 웬만해선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유도하기 힘들다. 여론이 조금만 부정적이어도 예산 낭비라는 쓴소리가 들려온다. 2년 전 여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계란 프라이 조형물은 대구의 특성을 잘 살린 콘텐츠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보행을 해친다는 민원으로 결국 철거되고 말았다. 광고가 설 곳은 점점 없어지는 듯하다.
애석하게도 필자의 직업은 광고인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것이 정말 멋있게 보였다. 그래서 선택한 직업이다. 내게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왕처럼 보였고 권력자처럼 여겨졌다. 많은 광고인이 아이디어가 주는 카타르시스 때문에 이 직업을 선택한다. 슬프게도 우리가 이토록 사랑하는 광고를 사람들은 싫어한다. 덕분에 나는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과연 무엇이 좋은 광고일까?'

◆광고인이여, 광고를 만들지 말라
대구지방경찰청에서 광고 의뢰가 들어왔다. 새해를 맞아 열심히 뛰겠다는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광고를 만들지 말자.'
대신 '시민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을 만들자'라는 아이디어가 스쳤다. 그렇다. 이제는 광고 의뢰를 받으면 어떻게 광고처럼 보이지 않는 메시지를 만들지부터 고민한다. 그것에서 아이디어 작업은 시작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광고를 만들 순 없을까?'
광고가 그냥 광고에 머문다면 환경에도, 사람에게도 좋지 않다. 광고판은 결국 쓰레기가 되어 환경오염을 시키고 그 대가는 고스란히 사람들에게 돌아온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요소가 녹여진 광고라면 그것을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어 어두운 밤 불빛 하나가 있다면 그것이 설령 광고일지라도 사람들은 그것을 쫓아다닐 것이다.
조형물을 설치할 곳을 답사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산책로였지만 의외로 밤에는 깜깜했다. 가로수 근처는 밝았지만 유독 가로수 빛이 닿지 않는 곳이 있었다. 그곳에 불빛을 밝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재밌겠단 생각을 했다.
대구 경찰은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 사람들은 어두운 산책로에 불빛이 필요했다. 그 두 문장을 섞으니 '빛이 나도록 뛰어가는 경찰'의 모습이라는 답이 튀어나왔다. 그렇다면 대구 경찰은 신속출동의 이미지를 가지고, 시민들은 어두운 산책로가 밝아져 서로 원하는 것을 가지게 된다. 아이디어가 나오니 카피도 쉽게 써졌다. '신속출동으로 세상을 밝히겠습니다'

셉테드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있다. 범죄예방디자인이라는 뜻인데 이번에 나온 작품도 셉테드 디자인에 기반을 둔 작품이다. 지난해 대구의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행) 발생 건수는 2만 2천155건으로 전년보다 6.3% 감소했다. 앞으로 많은 공공 디자인과 광고가 우리의 삶을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실제 시민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뒷말도 없고 작품 역시 롱런할 수 있다.
'무엇이 좋은 광고일까?'라는 어려운 질문의 답은 의외로 평범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광고가 좋은 광고다. 이 단순한 진리를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신이 광고인이라면 혹은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고 싶은 창업가라면 이 질문을 잊지 마라.
'어떻게 하면 광고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김종섭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장이' 김종섭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은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75% 사수" 민주 "30% 돌파"…TK서 대선 승패 갈린다
대구과학관 내부 성범죄 묵인…'재워주겠다' 발언에 신체 접촉까지
민주당 압박에 '흔들리는 법원, 무너지는 검찰'…내부선 "스스로 지켜야" 목소리
김미애 "이재명 'HMM 부산 이전 공약' 철회, 부산시민께 사과해"…민주 "공약대로 추진"
김문수·이준석, 단일화 '1차 시한' 넘겨…앞으로 지지율이 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