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 무단 방류 논란(매일신문 2018년 7월 16일 자 8면)을 빚었던 대구 남구 앞산 전망대 부근 식당이 이번에는 새들의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해 대대적인 개·보수를 거쳐 식당, 카페, 옥상 전망대를 추가로 조성하는 과정에서 유리로 마감된 전망대 창에 새들의 충돌사가 빈번한 탓이다.
주 3회 이상 앞산에 오른다는 A(70) 씨는 최근 앞산 케이블카 인근 카페를 지나가다 까마귀 사체를 보고 깜짝 놀랐다. A씨는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지난해 8월 식당이 개장한 후 등산로에서 새 사체를 발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식당 직원에게 물어보니 주로 밤사이 식당 전망대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지난 9일 오후 앞산 케이블카 부근 식당 옥상 전망대에 올라서자 1m가량 올라온 통유리창이 눈에 띄었다. 까마귀 십여 마리가 날아다녔는데 부리에 물고 있는 벌레가 보일 정도로 가까웠다.
식당 전망대 사진과 영상을 본 전문가들은 전망대의 통유리 구조가 새들의 충돌에 취약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면의 장애물 거리를 분석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조류의 안구 특성상 유리의 투명성과 반사성 때문에 개방공간으로 인식하기 쉽다는 것.
허위행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새 충돌을 방지하려면 약한 조명이나 불투명 유리, 방지스티커 부착 등 새들이 장애물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앞산 전망대에는 아무 것도 없어 위험천만하다"고 지적했다.
박희천 조류생태환경연구소장은 "앞산은 신천을 끼고 식생이 잘 보존돼 산새들이 많이 산다. 이들을 먹이로 하는 맹금류가 서식하기에도 알맞은만큼 큰 새들이 충돌사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앞산 전망대뿐 아니라 유리로 마감한 전국의 각종 건축·구조물 곳곳에서 빈발하고 있는 현상이다.
환경부는 투명창에 충돌해 폐사하는 새가 연간 800만여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루 평균 2만2천마리의 새가 유리에 충돌해 죽는 셈이다.
환경부는 지난 3월 조류 투명창 충돌 문제 대책 마련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현행법률상 건물이나 시설 소유자에게 충돌 방지책을 강제할 수 없어 현실적인 대책 마련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한편, 해당 식당과 전망대를 운영하는 B업체 관계자는 "새가 유리에 부딪혀 죽는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어봐 잘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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