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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선린 사태, 이젠 행정기관 의지 보여야

사회부 이주형 기자
사회부 이주형 기자

대구시 보조금은 물론 직원들의 업무수당, 재단 수익금 모두 직원들의 직책보조금으로 세탁돼 고스란히 이사장의 통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직원들의 상조회비까지 이사장이 빼돌린 금액만 5년간 1억원에 달한다.

부정 채용이 횡행했고, 구청 공무원은 비리를 알린 제보 내용을 재단에 알려주는 등 사건을 무마하기에 바빴다. 애먼 직원들에게는 재단의 위신과 명예를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징계가 쏟아졌다. 지난해 이사장의 횡령으로 한 차례 내홍을 겪었던 선린복지재단의 현주소다.

지난 1월 선린복지재단의 문제점을 알리는 무기명 투서가 신문사로 배달됐다. 취재원을 수소문했고 마침 재단 직원들과 연락이 닿아 만나게 됐다. 취재 과정에서 사회복지사의 장애인 폭행부터 전 이사장의 추가 횡령, 아들 부정 채용 사실을 포착하게 됐다. 보조금 부정 수급은 물론 직원들에게 입금을 강요하거나 상조회 공금에 손을 대는 등 이사장 일가의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알찬 비리·횡령 구성에 혀를 내둘렀다.

"좁디좁은 대구 복지계를 떠나 평생의 꿈을 접는 한이 있더라도 이제는 멈춰야 한다. 더 이상 먹고살고자 사실을 묵과하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는 제보자의 말을 5개월간의 취재 기간 내내 곱씹었다. 이들이 사회·경제적 고립을 무릅쓰고라도 알리고 싶었던 것은 선린복지재단이 전 이사장 D씨 일가가 횡령과 비리로 쌓아 올린 철옹성이라는 사실이었다.

왕좌에 앉은 D씨와 그의 부인은 각종 횡령과 비리를 저질렀고 아들과 딸은 요직을 차지하며 이들을 비호했다. 사회복지를 위해 일해야 할 직원들은 이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도구가 됐다.

D씨가 지난해 8월 횡령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벌금 500만원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선린복지재단은 10월 1일 보도자료를 내고 "조직과 사람을 바꾸는 전면적인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바뀐 건 없었다.

D씨가 사퇴해도 선린복지재단은 여전히 D씨 가족이 모두 장악하고 있었다. 대구시와 북구청이 대대적인 종합 시설 점검을 펼친 후 채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D씨 일가가 수년간 벌인 광범위한 비리 의혹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경찰 수사를 통해 선린복지재단의 운영에 참여한 전 이사장 D씨 일가 4명 모두가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대구 북구의회는 27일 '사회복지시설 비리 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6개월간 선린복지재단 비리를 전수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수사 결과만 기다리겠다며 강력한 행정조치를 예고했던 대구시와 북구청은 여전히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능할까'라며 저울질만 하는 모습이다. D씨 일가의 성은 여전히 건재하고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북구청과 대구시는 별다른 의지가 없어 보인다. 선린복지재단은 한 차례 구속됐던 전 이사장이 다시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지만 비리 근절의 기미는 좀처럼 감지되지 않는다.

6월 1일 자로 내부 제보를 했던 직원 2명은 다시 원래 직위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직원들은 복직도 하기 전에 또 다른 추가 징계와 인사이동을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지켜낸 선린복지재단 변화의 불씨를 이제는 행정기관이 재단 정상화로 바로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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