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내 영혼의 선장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내 영혼의 선장'. 넬슨 만델라의 애송시로도 알려진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인빅터스(Invictus)'의 한 구절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요? 자신의 언어로 그릇을 만들어 스스로의 깊고 넓은 생각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의 주인이, 그리고 어른이 됩니다. 함께 읽기, 즉 사회적 독서를 통해 운명의 주인, 영혼의 선장으로 살아가기 위한 항해법을 익혀봅시다.

◆ 함께 읽기, 언어사춘기를 잘 보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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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집의 '언어사춘기' 표지

아이의 언어가 어른의 언어로 변환되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에 이르는 학령기를 '언어사춘기'로 명명한 책이 있습니다. 제목 역시 '언어사춘기'입니다. 이때는 감정언어를 넘어 관념과 개념을 다루는, 사고언어까지 확장해 언어를 골고루 익히는 시기입니다. 미국 교육에서는 이 시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에게 부여하는 과제를 줄여 독서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반면 우리 아이들은 바로 이 시기에 책 읽을 여유를 급격히 잃어갑니다. 더구나 매체도, 그에 담기는 콘텐츠도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콘텐츠 시장 역시 소비주의가 만연해 스스로 콘텐츠를 선택, 능동적으로 소비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거칠고 짧은 감각언어가 편향적으로 담긴 콘텐츠에 휩쓸리며 언어사춘기를 보내다 보면 생각을 무르익게 하는 사고언어를 익히기란 더욱 힘들어집니다.

풍부한 감각언어에서 사고언어를 넘나드는 언어 활동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장 공부머리에 도움을 줍니다. 그런데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언어가 자신의 생각을 깊고 곧게 자리하게 해 스스로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김경집 교수는 언어사춘기에 독서를 하지 않으면 평생 주인이 아니라 노예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우리는 주어진 상황 속에서 여러 정보를 조사하고 비판적으로 분석, 소화해 주체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내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언어사춘기를 잘 보내야 합니다.

독서교육에서는 한 주제에 대해 몇 권의 책을 서로 관련지어 읽으며, 그 내용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단계를 가장 높은 독서 수준으로 분류합니다. 하지만 책 한 권 읽는 것도 쉽지 않은 세상입니다. 자녀를 위해 속독학원이라도 알아봐야 하나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저 함께 책을 읽는 것입니다.

◆ 사회적 독서는 아름답다

클로드 부종의
클로드 부종의 '아름다운 책' 표지

몹시도 닮은 토끼 둘이 함께 한 책을 집중해 읽는 모습이 표지에 담긴 그림책이 있습니다. 바로 '아름다운 책'입니다. 책을 처음 보는 동생을 위해 형은 기꺼이 함께 책을 읽습니다. 책 속에서 토끼가 무시무시한 초록용을 때려눕히는 장면을 보고 동생은 자기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만 같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형은 동생에게 '꿈을 꾸는 건 좋지만 나름대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동생은 형과 함께 즐겁게 책을 읽어갑니다.

그리고 무지하게 큰 토끼가 작고 작은 여우들과 놀기도 하는 장면에서는 형과 동생이 함께 넋을 잃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토끼 굴에 진짜 여우가 나타났습니다. 가지고 있는 건 오직 함께 읽던 책 한 권뿐이었습니다. 두 토끼 형제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실 독서는 자기 자신을 일부러 고립시킬 줄 알아야만 가능한, 고독한 일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사정없이 두드려대는 사고언어와 끊임없이 마주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독서가 우리 삶에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책을 가까이 하기는 힘들어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함께 책을 읽는 사회적 독서는 그런 어려움으로부터 우리를 단련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사회적 독서는 독서가 절대로 외로운 길이 아니라는 진리도 마침내 깨닫게 합니다. 또 함께 읽기는 자연스레 사고언어의 근육을 단련하고 생각의 그릇을 만들어가는 과정까지 함께 겪게 합니다. 그래서 사회적 독서는 아름답습니다.

가정에서의 함께 읽기는 지금보다 더 활발해져야 합니다. 토끼 형제처럼 나란히 앉아 한 책을 읽어도 좋고, 다른 책을 읽어도 좋습니다. 가정에서 다른 독서 모임으로도 물들여갈 수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사람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회적 독서를 실천하고 우리들 모두가 마침내 주체적으로 삶을 항해해 나아가기를 응원합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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