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故 김수환 추기경 소탈한 '바보밥상' 재현해요"

군위군서 김수환 추기경 생전 밥상 '바보밥상' 재현 연구
오는 3월 완성된 바보밥상 발표 계획

지난달 품평회에서 선보인
지난달 품평회에서 선보인 '행복한 바보밥상'은 밥과 국, 반찬 6가지, 숭늉으로 구성됐다. 군위군 제공

고(故) 김수환(1922~2009) 추기경의 생가가 있는 경북 군위군에서 추기경의 생전 밥상을 재현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어 주목된다.

군위군우리음식연구회(회장 강병숙)는 군위군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스스로를 '바보'라고 부른 김 추기경의 생전 밥상을 지난해부터 본격 연구하고 있다. '행복한 바보밥상'(이하 바보밥상)이 그것이다.

연구회는 지난해 2월 김 추기경을 16년 간 보좌했던 김성희 유스티나 비서수녀를 만나 추기경이 즐겨 드시던 음식 메뉴와 식성 등을 전해 듣고 이를 재현하기 위한 연구과제를 8차례 진행했다. 이후 김 수녀는 군위군을 직접 찾아 연구회에 또 다시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회는 지난해 12월 군위군농업기술센터에서 바보밥상 품평회를 열고 개선점 등을 모색했다.

품평회에는 소박하고 건강한 밥상이라는 주제로 메조밥과 소고기시래깃국, 고등어찜, 오이표고무침, 무생채, 시금치무침, 가지말랭이 장떡, 김치, 숭늉 등이 선보였다.

메조밥은 쌀이 귀하던 시절의 어려운 시대상을 대변하는 것이고, 소고기시래깃국은 추기경이 좋아하던 식재료인 시래기에 영양과 소화를 고려해 소고기를 잘게 다져 넣은 것이다.

고등어찜은 안동의 조리법을 따른 것으로, 추기경이 사제서품 후 첫 주임신부로 부임한 곳이 안동성당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이밖에 오이표고무침은 군위의 특산물, 무생채와 시금치무침은 제철 재료, 가지말랭이 장떡은 추억의 음식이다.

강병숙 회장은 "김 수녀에 따르면 추기경은 늘 '음식을 만들 때 내 입맛보다는 다른 사람의 입맛에 맞추라'고 하셨고, 시래기 외에는 특별히 선호하는 음식이 없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앞으로 연구회는 품평회에서 지적된 점 등을 보완해 오는 3월 완성된 바보밥상을 발표할 예정이다.

바보밥상이 소탈한 음식을 즐겼던 추기경의 생전 밥상을 재현하는 것이라면 이후 이를 기반으로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춘 나눔밥상과 사랑밥상도 선보일 계획이다.

윤현태 군위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은 "군위에는 김 추기경이 유년시절을 보낸 생가가 있고 이 생가터에 2018년 김수환 추기경 사랑과 나눔공원도 개관해 전국에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여기에 바보밥상을 추가해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추기경의 사랑과 나눔정신을 다시금 되새기는 한편 군위군 향토음식사업의 발전도 함께 모색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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