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K 민심 잡자" 황교안·유승민 보수대통합 동상이몽

황, 공천권 쥐고 마이웨이 가속…유 의원 흡수 땐 경쟁 불가피
유, 개혁보수 이미지 굳히기…입지 구축 실패 땐 들러리 전락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심재철 원내대표 등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심재철 원내대표 등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일방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보수대통합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대구 동을)의 주도권 신경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보수의 대표주자를 가름할 대구경북(TK) 표심 독식 욕심에 정적(政敵) 걷어내기에만 골몰하고 있어 보수대통합은 표류하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선 TK가 보수대통합을 위한 깃발을 들고 이들을 압박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매일신문과 만나 "TK 표심을 등에 업지 않고는 한국당 당권을 잡을 수 없고 한국당 당권을 잡지 못하면 보수의 대표주자가 될 수 없다"고 보수진영 내 TK위상을 설명했다. 보수당에 대한 지역민의 높은 충성심과 응집력을 고려한 평가다.

이른바 '1단계 보수통합'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황 대표와 유 의원도 TK 민심을 두고 충돌 중이다.

황 대표는 지난 총선 당시 TK에서 21명의 당선자를 배출한 한국당을 이끌고 있다. 그래서 '보수 위기'를 강조하며 TK의 변함없는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역대 총선·대선 결과를 고려하면 황 대표가 오는 4월 총선(공천)을 통해 TK에 대한 장악력을 가장 높일 수 있는 대선주자"라며 "큰 이변이 없으면 TK의 대표주자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황 대표가 지분까지 내줘가며 통합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3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서북구 천안컨벤션웨딩홀에서 열린 새로운보수당 충남도당창당대회에서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서북구 천안컨벤션웨딩홀에서 열린 새로운보수당 충남도당창당대회에서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황 대표로선 대승적 차원에서 유 의원을 끌어안는 것도 부담이다. 총선 국면에선 지역 출신인 유 의원이 'TK지역 선거대책위원장' 역할을 맡을 공산이 큰데 이러면 총선 후 대선 국면에서 껄끄러운 TK 주자와 당내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을 고려하면 유 의원도 한국당과의 조건 없는 통합에 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통합보수당' 내에서 TK총선을 지휘하며 유의미한 입지를 구축하지 못하면 추후 당내 대선 경선에서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보수당 관계자는 "유 의원이라면 어쭙잖은 통합논의에 응하기보다 궁할수록 지역출신 대선주자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개혁보수에 대한 성원을 부탁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 정치권에선 '보수 본산에 대한 공천권한'과 'TK 출신'임을 무기로 대립하고 있는 보수진영 내 차기 대선주자의 욕심이 총선은 물론 대선까지 그르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역 한 정치인사는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몸을 던졌던 TK의 선택을 받으려면 정치공학에 기대기보다 애국심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보수대통합은 뒷전이고 나만 살겠다고 하는 이전투구만 계속된다면 지역민들이 '보수통합 없으면 지지도 없다'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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