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같이&따로] 경자년 새해 운세 어떠신가요?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나는 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어 했다. 내 인생에는 기회와 선행의 운이 있었는가 하면, 한평생 팔자를 고쳐볼 행운이 허용되지 않았던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는 잔인한 운이 있다는 것이다."

컬러 오브 머니, 스팅, 타워링 등 수많은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폴 뉴먼의 말이다. 그는 '내일을 향해 쏴라'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골든 글로브상 등 여러 상을 수상하면서 배우로서 화려한 성공을 거두었다. 56년간 60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40회가 넘는 수상 경력을 가진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였다. 그는 배우로서 멈추지 않고 영화감독으로서, 카레이서로서도 활동하였다.

2008년 폐암 투병 중 83세로 사망한 그에게는 특이한 이력이 또 하나 있다. 사회적기업가라는 이력이다.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그가 만든 샐러드 드레싱을 먹어본 친구가 그 맛에 반해 샐러드 드레싱 사업을 제안하였고, 1982년 뉴먼스 오운이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제품을 출시하였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자본금 1만2천달러로 시작하여 창업 10년 만에 총매출 1억달러에 수익 1천200만달러를 달성하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사업을 시작하기 몇 년 전, 자신의 외아들을 약물 남용으로 잃었던 그는 사업의 성공이라는 행운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는 일을 시작하였다. 비영리재단을 설립하고 청소년 약물 오남용 방지와 치유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도록 회사의 이익을 기부하였다. 1985년에는 늘어난 수익금 전액을 어린이 무료 캠프 운영에 기부하였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에 나오는 비밀 은신처 이름에서 따 온 '벽 속의 구멍 갱단'(Holl in the Wall Gang) 캠프를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난치병이나 희귀병으로 병마와 싸우는 어린이들을 무료로 캠프에 초대하여 추억을 만들어주는 활동을 전개하였다.

그렇게 아픈 아동을 위해 시작한 캠프는 이후 미국 전역과 해외까지 지부가 설립되는 국제아동기구로 성장하게 된다. 그의 삶은 행운과 불운의 간격이 그리 멀지 않음을 보여준다. 아들을 잃은 불운에 허우적거리며 인생을 낭비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행운인 부와 명예를 사회적인 선한 영향력으로 승화시켰다.

그의 드레싱 회사가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이 4천억원이 넘는다고 하니 재미 삼아 시작한 일치고는 그 결과가 가져온 사회적 영향력은 엄청나다. 폴 뉴먼은 흔히 미국의 부호들이나 셀럽들이 하는 단순한 일회성 차원의 기부금 납부로 그치지 않고 회사 설립 초기부터 회사의 수익금을 기부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자신의 재단과 기업을 통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사회사업을 운영하였다.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사회적기업으로서 폴 뉴먼의 사례는 사회적기업 교재에서 자주 인용된다.

그렇게 돈 많은 사람이니 자신이 가진 것의 일부를 환원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 정도의 부, 명예가 있다면 할 것이라고 누군가는 말할 수도 있다. 아직 필자도 폴 뉴먼 정도의 부와 명예를 누리지 못해서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가 보여준 행동과 실천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그는 "나는 운이 무척 좋았고 나와 같이 행운을 타고난 사람들은 불운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자신이 가진 것을 행운으로 인식하고 행운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사회적기업이 성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세밑이나 연초가 되면 우리는 항상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새해 운세를 보면서 행운을 바란다. 하지만 때로는 기대치 않던 불운한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내 인생에 찾아온 행운도, 타인에게 찾아온 불운도 우연히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래서 나의 우연한 행운이 누군가의 불행을 포용하기 위해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가진 행운에 대해서 조금은 겸허해지고 타인의 불운에 대해서 배려하는 마음을 갖지 않을까.

독자 여러분, 2020년 행운 가득하시고 그 행운을 나누어주는 한 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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