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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인공인간의 감정  

이지영 교육극단 아트피아 대표

이지영 교육극단 아트피아 대표
이지영 교육극단 아트피아 대표

얼마 전 삼성전자가 극비리에 개발해온 인공인간(Artificial Human)프로젝트 '네온(NEON)'을 공개하였다. 스크린 속에서 다양한 인종과 생김새를 지닌 몇 명의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야기와 행동을 하고 있었다. 말투와 표정, 손동작, 목소리까지 정말 자연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가상의 아바타라고 한다.

누가 진짜 인간인지 구별이 쉽지 않은 인간의 모습을 한 아바타를 보면서, 뭐 워낙 과학이 발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보니 자연스러운 모습 중 하나라 여겨졌고, 정교함을 잘 살려서 만들었구나 했다.

하지만 이들은 수백만 가지 표정을 지을 수 있으며, 게다가 감정과 지능, 학습 능력까지 갖추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깊은 생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과 그 학습이 쌓이면 지능이 높아질 것이라는 사실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 부분은 너무나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감정이란 어떤 상황을 대할 때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이나 '기분'을 말하는 것인데 어떻게 이것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인가?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느끼는 기분은 제각각일 텐데 이렇게 많은 경우의 수를 학습하고 그 중 한 가지를 선택해서 행동한다는 것인가? 그럼 이것은 살아있는 감정이 아닌 '죽은 연기(演技)'인가? 만일, 인공인간이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면 상황에 따라 감정기복이 심한 특이한 인공인간도 있을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어 질문은 여기서 멈추었다.

'서브텍스트(sub-text)'

언어로 표현되지 않은 생각, 느낌, 판단 등의 내용을 뜻하는 개념으로, 말의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고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가끔 사용하는 '쫌!' 이라는 사투리는 가장 많은 서브텍스트를 가진 단어 중 하나일 것이다. 상황과 분위기, 감정 상태에 따라 뜻은 완전히 달라진다. 인간관계에서 오가는 언어뿐만 아니라 언외의 의미를 찾아내는 것은 참 어렵고 중요한 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헷갈리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영화 'A.I.'보면 꿈과 희망, 사랑이 학습된 충격적인 로봇이 나오지만 서브텍스트를 이해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이것은 분명 '진짜' 감정이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기에 학습에 의한 경우의 수로 표현하기란 한계가 있어 감독은 이러한 방식으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감정'은 서로를 불편하게 만들 때도 있고, 이로 인해 서로 다투고 미움을 만들기도 하지만 교감하며 '희망'과 '사랑'을 나누게 하기도 한다. 이것이 인간이 살아가는 원동력이 아닐까. 아무리 과학이 발전하여도 인공인간이 사람의 서브텍스트를 이해하고 꿈을 꾸고 희망을 가지며 진짜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다가올 시대는 분명 인간과 인공인간이 공존할 것이다. 그 공존할 시대의 가치를 지금보다 '인간다움', '사람 냄새가 나는' 사회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좀 더 행복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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