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악수 대신 눈인사, 마스크 품귀…'우한 폐렴' 신풍속도

시민 불안 이어지는 가운데 마스크 등 개인위생 용품 품귀현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한 폐렴) 공포가 확산하며 마스크 등 위생용품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대구백화점 프라자점은 지난 설 연휴 기간 마스크 매출이 평년 대비 8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대구백화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한 폐렴) 공포가 확산하며 마스크 등 위생용품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대구백화점 프라자점은 지난 설 연휴 기간 마스크 매출이 평년 대비 8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대구백화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공포 확산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당국으로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시민들이 마스크 등 개인방역 도구 확보에 나선 가운데 손을 잡는 악수 대신 눈인사로 인사법을 바꾸는 등 인사 풍속도마저 바뀌고 있다.

◇보건당국 문의 폭주

대구시내 8개 구·군 보건소에는 설 연휴 직후인 28일 오전 9시부터 민원과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감염부서 담당자들은 쏟아지는 전화 폭주에 업무가 마비됐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 달서구보건소 관계자는 "28일 오전 내내 전화기를 내려놓지 못했다"며 "지역 내 다문화 가정도 많아 연휴기간 중국에 다녀온 이들이 적잖은 만큼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고 했다. 서구보건소 관계자는 "단순 감기 증상에도 전화를 하는 등 통화량이 폭증해 통화 중 대기가 길어지고 있다"며 "모든 직원이 전화 응대에 매달려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마스크 품귀 현상

28일 오후 3시쯤 찾은 동대구역 인근 잡화점. 확보해 놓은 마스크가 동이 나기 직전이었다. 계산대에는 마스크 구입을 위한 줄이 늘어서 있었고, 어린 자녀와 같이 온 엄마들도 눈에 띄었다. 잡화점 관계자는 "젊은 층들이 주로 많이 사는데 한 번에 5, 6개씩 한꺼번에 산다"고 했다.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개인위생 용품 판매 급증으로 일부 제품은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편의점CU는 국내에서 우한폐렴 확진자가 발생한 20일부터 27일까지 마스크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월 같은 기간에 비해 10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동대구역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69) 씨는 "약국마다 마스크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28일 오전에만 홍콩 관광객 두 팀이 와서 마스크를 24만 원어치 사갔다"고 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지역 내 마스크 수급이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업체 관계자는 "마스크 원단 등을 직접 제조하는 곳은 국내에 없다. 중국 의존도가 아주 높다"며 "지역 병원에서 물량 주문이 폭증해 병원 측에 아껴 써 달라고 부탁을 할 정도"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에 대한 우려가 번지는 가운데 28일 오후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학생들이 급식실로 이동하기 전 손을 씻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에 대한 우려가 번지는 가운데 28일 오후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학생들이 급식실로 이동하기 전 손을 씻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마스크도 못 하는 유통업계

코로나바이러스 공포에도 백화점 등 유통업계 종사자들은 마스크조차 착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28일 오전 찾은 대구지역 한 백화점 직원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이 백화점은 이날 직원들의 체온을 측정하는 한편 매장별로 원하는 대로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게 했지만 1층 일부 화장품 매장 직원들을 제외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백화점 판매원(39)은 "본사 지침에 따라 오늘부터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고객들을 계속 응대해야 하다 보니 마스크 착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대화를 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고객도 더러 있고 대화하기도 불편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악수도 안 해

바이러스 전염 우려 때문에 인사법도 바뀌고 있다. 예년의 경우 명절 연휴를 끝내고 업무에 복귀하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악수를 건네며 인사를 나눴지만 올해는 눈인사로 대체하는 직장인이 적잖았다.

포항시청 공무원 B(40) 씨는 "직원들과 눈인사와 덕담으로 대신해도 서로 이해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4·15총선에 뛰어든 예비후보들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유권자와의 악수는 필수인데 악수를 께름칙해하는 유권자가 적잖기 때문이다. 한 예비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는 "선거운동에서 후보가 유권자와 유대감을 높일 수 있는 악수를 하는 것은 기본인데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악수를 청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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