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우왕좌왕 청와대·정부가 국민 불안 더 키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대응 종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며 "과도한 불안감, 막연한 공포와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천명했으나 정부 부처 간 엇박자와 혼선이 빚어지고, 컨트롤타워를 자처한 청와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국민 불안이 더 증폭하는 실정이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발생 때 사태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던 청와대·정부의 우왕좌왕하는 행태가 고스란히 되풀이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우한 교민들을 대상으로 한 자국 이송용 전세기 일정 변경과 이송 교민 격리 장소를 둘러싼 정부 대응이 갈팡질팡한 것이다. 교민 이송 방법 및 일정 변경 등에 대해 정부가 중국 측과의 조율 문제를 밝히며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정부에 대한 신뢰 상실과 불안이 확산하고 난 뒤였다. 정부 부처 간 정보 교류나 의사 결정 과정이 미숙한 모습을 잇달아 보였고, 청와대는 부처 간 조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송 교민 격리 장소에 대한 정부 대응은 더 문제가 많다. 주민 반발에 정부 결정을 뒤집는 나쁜 선례를 남기고 말았다. 정부의 방역 대책마저 중구난방에다 겉돌고 있다. 대형 병원과 시·군 보건소 등 전국 288개 의료기관이 '선별진료소'로 지정됐으나 상당수가 시늉에 그친 엉터리라는 것이다. 안내 직원, 손 세척제, 마스크 등을 배치·비치하지 않은 곳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점검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방역 역량을 갖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 말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방역 역량이 확실하게 가동돼 사태를 극복하려면 과하다고 할 정도의 선제적 조치가 강력하고 발 빠르게 시행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방역을 책임진 정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청와대 감찰 무마와 같이 청와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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