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공항이 있는 대구 동구 지역은 지난 수십 년간 항공기 소음 피해에 시달렸다. 고도 제한 탓에 재산권 침해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이렇다 보니 '피해는 동구가, 득은 수성구가 본다'는 말까지 생겼다. 참다못한 동구 주민들을 중심으로 군 공항 및 대구공항 이전 운동이 시작됐고, 최종 이전부지 선정을 앞두고 있다.
공항 유치를 위한 경북 자치단체들의 경쟁은 치열했다. 과열 양상까지 띤 각축 끝에 군위 우보와 군위 소보·의성 비안 공동후보지 등 2곳으로 압축됐고, 지난달 21일 주민투표까지 치른 끝에 공동후보지로 판가름 났다.
그러나 주민투표로 최종 이전부지를 결정하기로 한 대구시·경북도·군위군·의성군 4개 단체장들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군위군수가 우보를 이전지로 유치 신청하면서 공항 이전 사업은 올스톱 됐다. 공동후보지의 경우 군위와 의성에 걸쳐 있는 특성상 두 곳의 군수 모두 각각 유치 신청을 해야 하는데 군위군수가 소보는 하지 않고 우보만 신청했기 때문이다.
군위군수는 '군민 뜻이 우보에 있음을 확인했고 이를 받들어 유치 신청도 우보로 했다'며 우보 신청 후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물론 군위군수로선 그럴 수 있다. 4개 단체장 간 합의가 있었다고 해도 찬성률 76.27%를 기록한 우보가 아닌 25.79%밖에 안 나온 소보에 대해 유치 신청을 하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군위군수와 군위군의 입장을 이해한다 해도 의아함은 남는다. 정말 원하는 게 공항이 맞는지 궁금해서다. 공항을 원하는 건지, 군의 발전을 위한 지원과 혜택을 원하는 건지 이쯤되니 헷갈린다. 공항이라는 애물단지를 끌어안고서라도 각종 지원과 혜택을 통해 군을 더 발전시키고 인구를 늘리려고 공항 유치에 나섰던 게 아니었던가 해서다.
역설적이게도 이는 주민투표 결과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투표 결과 우보 단독후보지에 대한 찬성률이 투표에 참여한 군위 8개 읍·면 중 우보가 가장 낮았다. 86, 85% 등 80%를 넘은 곳이 3곳이나 있었지만 우보면의 찬성률은 59%에 불과했다.
반대로 공동후보지인 소보에 대한 찬성률은 우보가 8개 읍·면 중 1등이었다. 이는 우보 주민 역시 '배후단지도 좋다'는 정서를 깔고 있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공항의 득은 보되 우리 지역에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속내도 투표에 투영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군위와 의성 모두 좀 더 냉정·냉철해질 필요가 있다. 오로지 공항 유치에 모든 걸 걸고 달려오느라 간과했던 것을 흥분을 가라앉히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던가를.
공항이 들어서고 난 뒤 어느 지역이 더 득을 볼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공항을 받지 않고도 그만큼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지원은 최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말이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미선정 지역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도지사는 미선정 지역에 항공 클러스터 330만㎡ 조성과 사업비 8천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이는 선정 지역의 항공 클러스터 100만㎡ 조성과 사업비 2천500억원보다 더 큰 규모다.
도는 미선정 지역에 민항 관계자, 산업 및 연구 종사자 등 2만 명을 수용하고 항공부품소재단지, 항공벤처연구단지, 항공전자부품단지 등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구의 동구가 될 것인지, 수성구가 될 것인지 차분하게 꼼꼼히 따져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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