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종코로나 물리치소서" 안동시 신목제사 통해 기원

700여년 이어온 행사…안동군수 마을신목에 고유제 올리는 전통 이어져

안동에서는 정월 대보름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제가 곳곳에서 모셔진다. 웅부공원에 자리한 800년된 당신목에는 안동군수나 부사가 제를 올리는 특이한 의전이 마련된다. 사진은 권영세 안동시장이 지난해 정월 대보름날 고유제를 올리는 모습. 안동시 제공
안동에서는 정월 대보름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제가 곳곳에서 모셔진다. 웅부공원에 자리한 800년된 당신목에는 안동군수나 부사가 제를 올리는 특이한 의전이 마련된다. 사진은 권영세 안동시장이 지난해 정월 대보름날 고유제를 올리는 모습. 안동시 제공

"유세차~경자년 정월 대보름날 안동시장은 신목에 엎드려 고하나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고을민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평온한 세상을 열어 안동시민들 뿐만 아니라 국민이 건강하고 나라가 발전될 수 있도록 굽어살피옵소서. 상향~"

정월 대보름 기운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7일(대보름 8일 첫 새벽) 자정. 사람과 차들의 움직임이 끊어지고, 둥근 달빛만이 대보름 만월을 향해 차오르며 휘영청 비출 때 즈음 권영세 안동시장은 의관을 정제하고 안동부 신목 앞에 엎드려 군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를 올린다.

올 해 안동 신목제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취소를 고민했지만, 여럿이 함께 모이는 마을회의나 대동제와 달리 동제는 주민 대표 몇몇만이 참여해 은밀하면서도 조용하게 치러지는 의례여서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안동시는 매년 정월 초하루부터 대보름 사이에 열어오던 마을단위 대동행사나, 마을회의 등 주민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는 대다수 바이러스 전파 등을 이유로 열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700여년 지속해 온 안동부 신목제사는 안동부사나 군수가 부임해오면 지내는 전통 의전행사로 이를 통해 마을의 안녕과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조속한 종식을 기원하기로 했다.

안동부 당제는 기록이 없어 시작연대는 알 수 없으나 1930년쯤 조사보고된 '한국의 지리 풍수'에 기록돼있는 내용으로 보아 조선 초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후 매년 정월 대보름 첫 시에 고을 책임자가 지내온 전통풍습이다.

옛 군수 관사 터인 웅부공원에 위치한 당신목은 수령이 800여 년의 높이 15m, 직경 약 2m의 느티나무로 신라 때 의상대사가 심은 나무라는 설이 전해오고 있다.

'제주'(祭主)인 안동시장은 신목 제사를 위해 제사 3일 전부터 근신하며 몸가짐을 깨끗이 하고, 과일·어육·편(떡)류 등 제수를 정성껏 마련해 제사를 지낸다.

안동에서는 정월 대보름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제가 곳곳에서 모셔진다. 웅부공원에 자리한 800년된 당신목에는 안동군수나 부사가 제를 올리는 특이한 의전이 마련된다. 사진은 권영세 안동시장이 지난해 정월 대보름날 고유제를 올리는 모습. 안동시 제공
안동에서는 정월 대보름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제가 곳곳에서 모셔진다. 웅부공원에 자리한 800년된 당신목에는 안동군수나 부사가 제를 올리는 특이한 의전이 마련된다. 사진은 권영세 안동시장이 지난해 정월 대보름날 고유제를 올리는 모습. 안동시 제공

신목제사가 전통대로 치루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안동지역 곳곳에서 정월 대보름 동제도 열린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하회마을은 정월 대보름날인 8일 아침 6시 30분 마을의 주산인 '화산'(花山)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서낭당을 시작으로, 중당(中堂)인 국신당(國神堂)과 하당(下堂)인 삼신당(三神堂)을 돌며 동제를 올린다.

마을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삼신당은 당집의 형태는 갖추고 있지 않지만, 수령 600년가량 된 느티나무를 모시고 있다. 하회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러서 소원지를 써 금줄로 쳐놓은 새끼줄에 매다는 곳이다.

하회마을에는 정월 대보름날인 8일 아침 화산 서낭당을 시작으로 중당, 하당까지 3곳에서 당제를 지낸다. 안동시 제공
하회마을에는 정월 대보름날인 8일 아침 화산 서낭당을 시작으로 중당, 하당까지 3곳에서 당제를 지낸다. 안동시 제공

'홍건적의 난'으로 안동에 몽진한 공민왕을 추모하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공민왕 관련 동제는 도산면 가송리 딸당, 용상동 공민왕당, 예안면 정자골 며느리당, 신남리 딸당에도 7일 자정과 8일 새벽녘에 동제가 열린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안동에는 대부분 사라진 전통의 제의들이 정월대보름에 전해오고 있다. 7일 자정 안동신목 고유제를 통해 안동사람뿐 아니라 국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 각종 질병이나 재난으로부터 무사하고, 농사가 잘되기를 기원할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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