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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흔적] <62> 과거부터 중요한 행사 열리던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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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김종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마당의 본디 어원은 '맏+앙'이다. 여기서 '맏'이란 맏아들이나 맏딸에서 쓰이는 바와 같이 '으뜸' 또는 '큰'이라는 뜻이며, '앙'은 장소를 뜻하는 접미사이다. 따라서 마당은 '가장 큰 으뜸 공간'이란 뜻이며, 전통건축에서 중요한 행사를 치르는 곳이자 평상시에도 가장 자주 사용하는 곳이다. 영화로 만들어진 '춘향전'을 통해서 살펴본다.

영화의 절정은 암행어사 출두 장면이다. 그날은 마침 본관사또의 생일이기도 하다. 질펀한 잔치기 벌어지는 가운데 사또는 춘향을 대령시킨다. 수청 들기를 요구하지만, 끝내 이를 거부하는 춘향. 사또가 마침내 극형을 명하는 바로 그때 들려오는 '암행어사 출두요' 소리. 그때 대청에 앉아서 생일상을 받는 것은 사또와 양반들이고, 나머지 민서들은 모두 마당에 차일을 치고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다. 흥을 돋우기 위해 기생들이 춤을 추는 곳도 마당이고, 죄인인 춘향이 끌려 나와 곤장을 맞는 곳도 마당이며, 마지막에 춘향이 이도령과 극적인 해후를 하는 곳도 바로 마당이다. 그런가 하면 이도령이 과거에 급제하기를 바라며 월매가 정안수를 떠놓고 비는 곳 또한 마당이다.

춘향전에서 마당이 아닌 실내에서 벌어지는 일은 단 하나. 이도령이 춘향과 하룻밤을 보내는 장면인데, 이것은 뒷날 사또와 춘향 사이에 중대한 대립항으로 존재한다. 춘향은 이도령과 이미 혼례를 올린 사이이므로 더 이상 사또의 수청을 들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또는 그것은 혼례가 아니라 춘향이 관비의 신분으로 이도령의 수청을 든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춘향과 이도령이 하룻밤의 관계를 맺기 전에 마당에서 혼례를 올렸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었을 것이다.

TV에서 사극을 통해 왕의 즉위식이나 세자의 책봉 장면을 보여 줄 때가 있다. 근정전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은 왕과 가까운 측근들뿐이고, 책봉을 받는 세자는 근정전 앞마당에 있다. 왕의 즉위식 때도 왕은 근정전 안이 아닌 그 앞마당에서 행사를 거행한다. 가끔 TV로 방영되는 종묘 제례악을 보아도 악공들이 앉아 연주하는 곳은 건물 안이 아니라 그 앞마당임을 알 수 있다.

학교에는 월요일마다 전체 조회를 하는 운동장이 있고, 회사에는 직원이 모두 모일 수 있는 강당이 있다. 운동장은 학생들이 나란히 줄을 서 있는 마당과 교장선생님이 올라가 훈시를 하는 구령대로 구성된다. 강당 또한 연단과 객석으로 구성된다. 운동장의 넓고 좁음을 이야기할 때도 연단의 크기가 아닌 객석의 크기를 더 중요시 한다.

이처럼 마당은 중요한 행사장이자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드는 방법과 관리하는 방법, 그리고 피해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풍수지리는 마당을 하나의 혈(穴)로 인식한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좋은 형국을 만들기 위해 마당 주위에 나무를 심었으나, 한가운데는 나무를 심지 않고 비워 두었다. 또한 대문 앞에 큰 나무를 심거나 뜰 가운데 나무를 심으면 그 형국이 한곤(閑困)하여 재앙이 생긴다고 하였다. 서윤영이 쓴 "사람을 닮은 집, 세상을 담은 집"을 참고하였다.

김종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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