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팬들에게 요즘처럼 힘들었던 때가 있었나 싶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스포츠가 올스톱인 데다 중계까지 다 사라졌다. 예년 같았다면 지금쯤 야구, 축구 등 정규 리그가 시작돼 골라 즐기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이제는 어디 한 군데 마음 둘 곳이 없다.
한두 달 전만해도 이러지 않았다. 굵직굵직한 이벤트와 이야깃거리로 연초부터 팬들은 부푼 기대에 설렜다. 삼성 라이온즈 팬들은 올 시즌 첫 실험대에 오른 허삼영 체제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고 지난해 축구의 참맛을 알게 해준 대구 FC에 대한 축구팬들의 기대도 남달랐다. 그뿐인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도전하는 김광현과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팬들을 설레게 했고 손흥민의 활약을 두고 팬들은 이야기꽃을 피웠다. 4년마다 찾아오는 올림픽이 올해는 일본 도쿄에서 열려 시차 없이 제대로 볼 수 있겠다는 기쁨도 컸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당연했던 것들을 '블랙홀'처럼 삼켜버렸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려 보지만 답답함만 더해진다. 스포츠 방송은 죄다 옛날 경기들뿐이다. 재탕·삼탕을 하다 보니 이제 외울 정도다. 결과를 미리 알고 보는 경기에 재미와 감동을 느끼는 게 쉽지 않다. 화질까지 흐릿한 몇 십 년 전 경기를 보다 보면 시간 속에 갇힌 듯 갑갑하다.
답답함에 집 밖으로 나서 보지만 편치 않다. 자치단체가 운영하던 스포츠센터는 물론 아파트·동네 헬스클럽 출입문까지 굳게 닫혔다. 마라톤, 배드민턴, 테니스, 골프 어느 하나 맘 편히 즐길 수 있는 게 없다.
팬들도 이러한데 선수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갈 것이다. 정규 리그 개막이 미뤄지는 등 꼬여진 일정으로 컨디션 난조와 기다림에 지쳐 있을 것이다. 일생에 단 한 번일지도 모르는 올림픽에 젊음을 던진 선수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참다 못한(?) 프로구단들이 나섰다. 개막이 잠정 연기된 K리그와 프로야구가 자체 연습경기 중계로 팬들의 갈증 해소에 나섰다. 수원 삼성은 지난달 28일 자체 청백전을 인터넷 방송을 통해 방영했고 K리그2 제주 유나이티드도 다음 날 경기를 생중계했다. 프로야구도 비록 팀 간 연습경기는 연기됐지만 자체 청백전을 내보내고 있다. 두산과 SK는 자체 청백전 3게임을 모두 생중계해 야구에 목마른 팬들의 갈증을 해소시켰다. 한화와 KIA 역시 홍백전 경기를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내보내고 있다.
비록 연습경기지만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프로 스포츠가 온통 중단된 만큼 중계방송은 조회수 몇 만을 훌쩍 넘길 정도로 인기다. '스포츠를 즐기고 싶다', '팬들과 소통하면서 경기를 하고 싶다'. 동병상련 중인 팬들과 구단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진 셈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대구경북을 연고로 하는 대구 FC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 그나마 경기가 끝난 후 하이라이트 영상 정도만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살펴볼 수 있을 뿐이다.
물론 방역 강화와 선수 보호 등의 이유로 중계에 어려움이 있다지만 팬들 입장에서는 섭섭하기 짝이 없다. 속단하기 이르지만 대구경북에서도 진정 기미가 보이고 있는 만큼 팬들을 향한 프로구단들의 배려가 무척 아쉽게 느껴진다.
스포츠는 언제나 힘이 된다. 경제가 어렵고 정치가 혼란스러울 때 더 그렇다. 지금이야말로 삼성 라이온즈와 대구 FC가 대구경북에 힘이 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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