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는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자연을 훼손하고 터전을 잃은 미물들의 반란으로 인해 생긴 역병(疫病)이다. 누구도 탓할 수 없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은 터전이 있다. 그 터를 침탈당하고 가만히 있을 생명체는 어디에도 없다. 식목일을 맞이하여 식수를 하며 '자연보호'를 외치는 것이 일회성 구호에 그쳐선 곤란하다. 자연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는 일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선거철에 후보자들이 'OO지구개발' 따위의 공약 대신 'OO생태보호'를 내세워야 설득력을 가지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생명의 존엄을 깨닫고 서로에 대한 예의를 다하는 것이 서로의 종족을 보존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천재보다 인재가 더 많아진 것은 날이 갈수록 개척과 간척의 도구들이 흉포해진 탓이다. 속도와 성과에만 치우쳐진 정책은 부작용을 낳는다. 이를 호도(糊塗)해선 안 된다.
1970년대에서 8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포크송의 필수품이었던 통기타는 머리, 목, 몸통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송창식의 노래 가운데 '나의 기타 이야기'라는 곡이 있다. 기타의 몸통(body)과 동그랗게 뚫린 울림통(sound hole)을 한 소녀에 비유해서 쓴 4절에 걸친 가사가 전설처럼 아름답다. 기타의 소리에 바람 한 줌, 냇물소리 그리고 다정한 목소리까지 담아내고자 하는 장인의 혼(魂)도 엿볼 수 있다. 그뿐인가. 내가 사랑했던 한 '소녀'를 닮은 기타의 여섯 줄은 밤하늘의 은하수로 흐르며, 이 시(詩)는 노래가 되어 남았다.
한 가수가 '송구스럽지만, 제가 아끼는 통기타를 내놓습니다. 필요한 분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4월 잔인한 새날이 될 듯하여 잠이 오지 않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전 공연이 취소되고 소극장까지 운영하는 그녀가 겪을 이중고는 불 보듯 빤하다. 결국 손때 묻은 자신의 악기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그 심정은 어떨까. 시집도 출간하고 지상파 방송의 제법 큰 무대에도 섰던 가수 박강수 이야기다. 8집 음반까지 낸 가수가 이렇게 힘들면, 무명 가수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그들의 무대와 우리의 객석은 이렇게 텅 비었다.
코로나 사태가 쉬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국가의 위기가 닥칠 때마다 '내 아이들의 배는 굶기지 않겠다'는 의지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공동의 다짐으로 잘 이겨내 왔다. 진정한 행복은 현실에서 노동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다. 꿈의 새싹을 틔우길 기다리며 최선을 다하고, 정성을 기울이는 일이다. 마치 통기타의 가는 현에서 굵은 현에 이르기까지 서로의 소리를 탓하지 않는 것처럼, 삶은 서로를 아우르고 버무리며 빛나는 하모니를 이루는 일이다.
누구나 원하면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하고 시를 쓸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나' 혼자면 견디기 힘들겠지만 '우리'가 함께 겪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 여태 그래왔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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