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8명 숨진 이천 물류창고 화재…산업안전 '잃어버린 12년'

12년 전 대형참사 판박이…수차례 화재 위험 경고 무시
'샌드위치 패널' 피해 주범…2008년 40명 참사 판박이
문 대통령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30일 오후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준비되고 있는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피해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준비되고 있는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피해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4월 30일 오전 경찰과 소방당국,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4월 30일 오전 경찰과 소방당국,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8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가 예견된 인재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번 참사는 12년 전 이천에서 잇달아 일어났던 대형 화재 참사와 판박이인 데다 사고 현장은 이미 수차례 화재 위험 경고를 받은 곳으로 밝혀졌다.

소방당국의 뼈저린 반성과 함께 다시는 이같은 대형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실질적 처방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08년 1월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물류창고 화재 참사가 빚어졌던 경기도 이천에서 4월 29일 물류창고 화재로 또 대형 인명 피해가 났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2008년 1월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물류창고 화재 참사가 빚어졌던 경기도 이천에서 4월 29일 물류창고 화재로 또 대형 인명 피해가 났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예견된 인재

지난달 30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32분쯤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 공사장 지하 2층에서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 이날 현재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이번 사고는 가연성 소재가 가득한 지하에서 작업하다가 벌어진 참사라는 점에서 12년 전 이천에서 발생한 물류창고 화재 참사와 판박이로 보인다.

2008년 1월 7일 이천의 한 냉동창고에서 폭발과 함께 발생한 화재로 지하층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등 40명이 숨졌다.

당시 소방당국은 유증기에 불티가 옮아붙어 연쇄 폭발과 함께 순식간에 불길과 유독가스가 건물 내부에 번지는 바람에 작업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했다.

불이 난 물류창고가 불에 취약하고 대형화재로 번지는 자재로 지목돼 온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구조였다는 점도 이번 참사와 똑같다.

소방당국은 2008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 당시에도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단열재가 내장된 샌드위치 패널을 대형참사를 낸 주범으로 꼽았었다.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으로 된 샌드위치 패널 단열재는 유리섬유 단열재보다 가격이 싸지만 화재에 취약해 한번 불이 붙으면 연소가 빠르고 유독가스가 다량 발생한다.

산업안전공단도 이번 참사 현장 공사업체 측이 제출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심사·확인한 결과 추가 화재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한 바 있었다.

공단은 서류심사 2차례, 현장 확인 4차례 등 모두 6차례에 걸쳐 유해위험방지계획서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업체 측이 이같은 개선 요구를 준수하지 않아 화재를 키웠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화재 원인으로 우레탄폼에 발포제 등 첨가에 따른 가연성 증기 발생, 2개 이상의 동시 작업으로 점화원 제공 등도 지목되는데 공사업체는 이와 관련한 방지책도 소홀히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9개 업체 78명이 한꺼번에 지하 2층∼지상 4층에서 작업을 했는데 상황 전파 등 비상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지하 2층에서 발생한 불로 지상 근로자도 다수 사망한 이유로 보인다.

◆실질적 처방 마련해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화재사고가 또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대형 참사로 번지면서 소방 당국의 안이한 자세를 비난하는 여론도 들끓고 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오전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긴급대책회의를 통해 "우리 정부 들어 화재 안전 대책을 강화했는데 왜 현장에서는 작동되지 않았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빈틈없는 화재 안전 대책과 실천 방법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이천 화재사고 관련 관계장관회의'에서 "공사 현장에서 대형 화재가 되풀이되는 것에 대한 뼈저린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38명의 생명을 앗아간 4월 29일 경기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80명 가까운 근로자들이 공사 막바지 작업에 열을 올리던 중 화재가 발생, 대피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확산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38명의 생명을 앗아간 4월 29일 경기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80명 가까운 근로자들이 공사 막바지 작업에 열을 올리던 중 화재가 발생, 대피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확산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