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포의 스쿨존'…벌벌 떠는 초보운전자들

초보운전자들 스쿨존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어플 정보 등 공유하기도

10일 오후 대구 동구 신암동의 한 스쿨존에 불법주정차된 차량들. 불법주정차 차량때문에 초보운전자들이 스쿨존에서 운전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이유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0일 오후 대구 동구 신암동의 한 스쿨존에 불법주정차된 차량들. 불법주정차 차량때문에 초보운전자들이 스쿨존에서 운전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이유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달 운전면허를 취득한 정모(33) 씨는 13일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되는 등교 수업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운전 미숙으로 혹여나 스쿨존을 지나다 사고를 내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정 씨는 "'당분간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라'는 남편의 충고를 받아들여 일정 기간 운전을 하지 않을 작정"이라고 했다.

13일부터 코로나19로 연기됐던 등교 수업이 시작됨에 따라 초보운전자들이 스쿨존 교통 사고 우려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운전이 미숙해 사고를 낼 가능성이 적잖은데, 혹시라도 어린이를 상대로 사고를 내 무시무시한 민식이법의 직격탄을 맞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민식이법 시행으로 스쿨존 사고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해당돼 가해 운전자는 ▷어린이 사망사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 ▷어린이 부상 시 1~15년 징역 또는 500만~3천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운전 초보자들 사이에 이른바 스쿨존 우회 기능이 있는 내비게이션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스쿨존 우회 기능을 추가를 원하는 운전자들이 많아지면서 내비게이션 제작 업체들도 앞다퉈 스쿨존 우회 기능을 만들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면허를 딴 지 3주 됐다는 박수민(20) 씨는 "운전이 미숙해 일반 도로에서도 쩔쩔 매는데 스쿨존에선 어떻겠느냐"며 "운전면허학원 강사에게 최근 이런 고민을 말하니, 스쿨존 우회 기능이 달린 내비게이션을 꼭 사라고 권하더라"고 했다.

심지어 민식이법 위반에 따른 처벌 추이를 지켜본 뒤 운전면허증을 따겠다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특가법에 해당되는 범죄 중 고의범이 아닌 과실범을 다루는 조항은 스쿨존 사고가 유일하다 보니 이를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고의가 아님이 밝혀지더라도 중형을 면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운전자들 사이에선 민식이법을 '악법'으로 여기는 등 반발도 적잖은 실정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엔 '스쿨존을 뚫어라-민식이법은 무서워'라는 제목의 게임이 구글플레이스토어에 등록돼, 대한민국 법을 조롱하고 고인을 모독했다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10일 대구의 한 스쿨존에 불법주정차된 차량들. 불법주정차 차량도 초보운전자들이 스쿨존에서 운전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이유다. 변선진 기자
10일 대구의 한 스쿨존에 불법주정차된 차량들. 불법주정차 차량도 초보운전자들이 스쿨존에서 운전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이유다. 변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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