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상 띄우고 투명 가림막…고3 등교수업 첫날 분위기는

방호복 입은 교사 발열 체크…"불편해도 친구들 만나 기뻐"
학급별 화장실 이용 칸 정해놓고, 교사들이 복도서 생활지도
좁은 가림막 안에서 ‘혼밥’…“예전과 너무 다른 분위기 아쉬워”

코로나19로 미뤄진 등교 수업이 다시 시작된 20일 오전 대구 중구에 있는 경북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한줄로 간격을 띄우고 등교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코로나19로 미뤄진 등교 수업이 다시 시작된 20일 오전 대구 중구에 있는 경북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한줄로 간격을 띄우고 등교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0일 대구경북지역 각 고등학교에서 비교적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가운데 첫 등교 수업이 진행됐다. 코로나19 탓에 등교 수업이 여러 차례 미뤄지다 보니 거의 석 달만이다. 학생과 교사들의 얼굴에는 뒤늦은 신학기에 대한 설렘과 함께 걱정이 묻어났다.

매일신문 | 고3, 오늘(20일) 올해 첫 등교…나머지 학년도 6월 8일까지 순차적으로 진행

◆긴장감 감돈 첫 등교

20일 오전 7시 30분 대구 경명여자고등학교. 오랜만에 학교를 찾은 고3 학생들의 손에는 책가방 외에 보조가방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개인 위생용품과 급식에 사용할 수저, 물 등이 담긴 가방이었다. 권다경 양은 "예전처럼 정수기도 사용할 수 없는 등 여러 가지 제약이 많을 것 같아 약간 긴장이 된다"고 했다.

교실 입구에서 학생들을 맞이한 담임교사들은 인사를 건네며 일일이 발열체크를 하고 손소독제를 사용하도록 안내했다. 3학년 7반 담임 서형주 교사는 "다들 건강하게 와줘서 고맙다. 직접 얼굴을 보니 반갑고 기쁘다"고 했다.

이 학교는 교실마다 시험을 치르는 것처럼 일렬로 간격을 띄워서 책상을 배치했다. 책상마다 연두색 가림막도 설치했다. 학생 이름과 번호가 붙은 이 가림막은 이동수업 시 학생들이 직접 접어서 들고 가야 한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등교 수업이 시작된 20일 대구 대륜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열화상 카메라 등으로 발열 검사를 받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등교 수업이 시작된 20일 대구 대륜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열화상 카메라 등으로 발열 검사를 받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학교 측은 모든 학생의 동선을 파악하고자, 학급별로 화장실 이용 칸까지 지정했다. 또 화장실 이용과 소독 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 수업시간을 5분씩 줄이고 쉬는 시간을 10분에서 15분으로 늘렸다.

점심시간이 되자 외부 급식업체가 가져온 간편식(컵밥)과 음료가 각 교실에 도착했다. 역시 학생 한 명씩 발열체크를 하고 손소독을 한 뒤 음식을 가져갔다. 평소 같았으면 왁자지껄했을 점심시간이었겠지만, 학생들은 각자 가림막 뒤에서 빠르게 '혼밥'을 했다.

조은서 양은 "친구들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없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이해하려 한다"며 "신학기인데 예전과 너무 다른 분위기라 아쉬운 마음도 있다"고 했다.

같은 시각, 대륜고등학교의 교문도 활짝 열렸다. 학생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서로 간격을 유지한 채 일렬로 섰다. 비닐 방호복을 입고 페이스마스크를 쓴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동선을 안내했다. 학생과 교사 모두 반가우면서도 착잡함을 감출 수 없는 표정이었다.

1교시가 시작되자, 보건교사가 방송으로 생활방역 매뉴얼 교육을 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은 공부할 교재를 펼쳐놓은 채 매뉴얼 리플릿을 곁눈질할 뿐이었다.

코로나19로 미뤄진 등교 수업이 다시 시작된 20일 오후 대구 중구에 있는 경북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비대면 급식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코로나19로 미뤄진 등교 수업이 다시 시작된 20일 오후 대구 중구에 있는 경북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비대면 급식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날 대륜고는 식당에서 급식을 실시했다. 급식실 자리마다 칸막이를 설치했고, 파랑·빨강 스티커를 번갈아 붙여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있도록 했다. 김동현 대륜고 교감은 "할 수 있는 예방책을 총동원했다"며 "오늘 현장에 적용해보고 부족한 점이 발견되면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대구에서 자가진단 결과를 근거로 등교하지 않은 학생은 115명, 학교 등교 후 발열 등 의심 증상으로 귀가조치한 학생은 21명(14개교)이다.

20일 포항고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손소독제와 마스크가 포함된 키트를 나눠주고 있다. 배형욱 기자
20일 포항고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손소독제와 마스크가 포함된 키트를 나눠주고 있다. 배형욱 기자

◆포항서 고3 18명 고열 증세

경북의 고등학교도 상황은 비슷했다. 북적대며 오랜만에 활기가 도는 모습이었지만, 학생과 교사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내비쳤다.

안동 영문고등학교는 교실에 있던 사물함을 모두 밖으로 빼내 한 명당 책상 2개를 사용하도록 하는 등 개인 간 거리를 확보했다. 교실을 늘려 반마다 수업 인원을 15~16명으로 제한했다.

권오현 군은 "오랜만에 학교에 와서 어색하기도 하지만, 친구들을 만나니 반갑다"며 "원격수업 대신 학교에서 선생님과 눈을 맞추며 질의응답도 할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포항고등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입구에서부터 2m 단위로 표시된 표식을 따라 줄을 서서 발열 체크를 했다. 앞서 이 학교는 등교 수업 1주 전부터 학생 스스로 자가진단을 하도록 안내했다. 이날도 열이 나는 학생은 등교하지 않도록 했다.

안동 영문고등학교 고3 교실에서 교사가 학생들의 체온을 재고 있다. 김영진 기자
안동 영문고등학교 고3 교실에서 교사가 학생들의 체온을 재고 있다. 김영진 기자

한편, 이날 포항에서는 일부 고3 학생이 고열과 설사 등 이상증세를 보여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포항시는 이날 각 학교 교문에서 체온을 측정해 발열 등 이상 증상을 보인 학생 18명에 대해 선별진료소 검사 후 귀가 조치했다. 한 학생은 설사 증상이 함께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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