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작은 것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나를 과시하는 것이 미덕이 되는 '나' 중심의 시대입니다. 이런 때, '타인'의 입장에 서 보는 일은 어떤 가치를 지닐까요? 우리가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일 때 내가 가진 편견이 깨지고 내 삶이 확장되는,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럴 때 나는 나와 타인을 돌볼 수 있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세상도 좋은 쪽으로 조금은 방향을 틀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작은 것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두 권의 책과 함께 합니다.

◆ 우리에겐 재앙을 물리칠 힘이 있다

은유의
은유의 '다가오는 말들' 표지

"나에게서 남으로, 한발 내디뎌 세상과 만난 기록". 작가 은유가 본인의 책 '다가오는 말들'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책의 소재는 작가가 일상에서 읽고 들은 말들입니다. 책 속에서 저자는 여러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타인과 세상에 대한 편견을 허물려 애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놀라운 점은 그 과정에서 저자가 자신의 부족함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이지요. 진솔한 자기성찰은 매일 만나지만 한 번도 제대로 만나본 적 없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면서 각자가 타인을 이해하고 자기 세계를 넓힐 수 있게 돕습니다.

작가 자신과 그의 가족, 가까운 지인, 글쓰기 수업의 학생들, 수영장 같은 지극히 일상적인 장소에서 만난 사람들뿐 아니라 성폭력 피해 생존자, 직업병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 비정규직 노동자 등 우리가 일부러 관심을 갖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이들의 이야기가 고루 담겨 있습니다. 타인을 공부하며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려 애쓰는 작가의 모습을 통해 우리 역시 타인을 공부할 수 있는, 삶에 지쳐 무뎌진 감수성을 회복하고 돌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시대의 현실을 바로 보고 그 너머의 아름다운 삶을 꿈꾸기 위해서는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아야 합니다. 지금 당장 우리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하지 않는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할 희망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불의한 사회 현실에 대해 분노하고 성찰하는 게 우리의 삶을 조금은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꿔줄 것입니다.

◆ 나의 딱따구리를 찾아서

박규리의
박규리의 '아무튼, 딱따구리' 표지

'아무튼, 딱따구리'를 쓴 박규리는 산업지속가능연구소의 연구원입니다. 생산 공정에서 지속가능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일을 합니다. 이런 일과 딱따구리는 도대체 무슨 관계일까요? 딱따구리에게서 배우는 삶이란 어떤 삶일까요?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뉴스가 있습니다. '올 여름은 예년보다 폭염이 매우 심할 것이다'라는 암울한 뉴스 속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사라져가는 동물들을 바라만 보고 있는 현실에서 이 책은 우리가 해야 할 일 한 가지를 알려줍니다.

바로 '자신만의 딱따구리'를 찾으라는 것이지요. '자신만의 딱따구리'란 무엇일까요? 나와 자연을 이어주는 존재, 인간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상기시키는 존재입니다.

저자는 영국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하고 자신만의 가방 브랜드를 만들어 활동했지만 문득 자신이 만든 제품에 사람들이 싫증을 내면 쓰레기만 보태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그 후 지속가능 디자인 전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기후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세계 각지를 누비고 있습니다.

딱따구리와의 만남도 우연이었습니다. 이사를 갈 때마다 우연찮게도 근처 야트막한 산이나 공원에 딱따구리가 살고 있어 언제든 딱따구리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쌍안경을 들고 나가면 열성적으로 나무를 쪼는 딱따구리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딱따구리는 소박하고 단순한 일상을 추구하는 길목에서 용케 발견한 이웃이 되어주었다"며 딱따구리와의 공존을 반가워합니다. 현재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급속하게 사라져가고 있는 동물들에 대한 걱정과 함께 저자는 "여러분의 딱따구리는 어디에 있나요?"라고 묻습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귀를 기울이고, 버려진 것들의 가치를 알기 위해 애쓰기 시작하는 순간, 딱따구리를 찾는 여정은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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