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65만원!, 치아교정 256만원!' 이런 치과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연세 있으신 분들은 이런 광고에 속아 넘어간다. 그렇게 찾은 치과는 더 많은 진료를 권한다. 결국, 과잉 진료의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 저렴한 마케팅으로 유인하는 치과 때문에 그들의 이미지가 말이 아니었다. 사실 그런 치과는 소수다.
"소장님, 저희는 진짜 최선을 다해 진료합니다. 대구 시내의 치과를 믿어도 된다는 광고를 꼭 만들어주세요." 문제는 단순했지만, 해결은 복잡했다. 나 자신도 치과에 대한 불신이 있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치과를 믿어주세요'라는 메시지는 위험했다. "너 같으면 믿겠냐? 저 광고인은 치과 원장이 하는 말 그대로 받아 적었구먼"이라는 댓글이 달릴 것 같았다.
나는 소수의 치과 때문에 나빠진 그들의 이미지를 역으로 이용하고자 했다. 눈을 감고 치과 광고를 하나 떠올려보자.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 바로 위의 글처럼 '임플란트 얼마!, 치아교정 얼마!'라는 광고다. 그 치과를 환자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가 광고 속에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신뢰성을 쏙 빼고 일부 치과들은 오로지 돈으로만 환자를 유인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환자=돈'이라는 마케팅에 상처받았을 환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그 속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치과에 오는 것보다 평소에 치아 관리 습관이 먼저다.' 치과에서 진짜 환자들을 걱정한다면 이런 얘기를 할 것 같았다. 임플란트 가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치아 관리를 잘하라고. 그 환자가 내 가족이라면 그렇게 말할 것 같았다. 그런 마음으로 쓴 카피가 '칫솔이 치과입니다'이다. 집 안에 가장 싸고 가장 가까운 치과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칫솔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런 말을 '라떼는 말이야'를 입에 달고 살 것 같은 치과의사회에서 한다면 더 재미있을 듯했다.
무너진 신뢰성이 회복될 것 같았다. '치과 의사들이 웬일이야? 가격으로 환자 유인하지 않고 평소에 양치 잘 하라고 하네?' 광고를 본 사람이 이렇게 생각해주길 바랐다. 그렇게 우리 팀은 열심히 제안서를 마무리했다. 드디어 아이디어 발표일. 오후 8시에 찾은 대구 동성로의 치과의사회에는 원장님들로 가득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그간 준비한 아이디어를 토해냈다. 우려스럽게도 그 제안서에는 치과에 대한 쓴소리가 반이었다. 하지만 원장님들의 반응은 예상외였다.
"지금까지 우리가(치과 의사) 말하고 싶었던 것을 광고했어요. 그러니 이번에는 환자들이 듣고 싶을 말을 하는 것도 좋겠네요." 보수적이어서 현상 유지만 하자는 광고주를 조금씩 변화시켜 갈 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럴 때는 마치 나에게 전혀 관심 없는 이성에게 한 프러포즈가 통한 느낌이다. 치과 의사는 정말 똑똑한 분들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다르다. 반에서 꼴찌 한 환자를 학창 시절 1등만 한 의사가 이겨낼 수 없다. 그것이 시장이다. 지구에서 가장 냉정한 곳이다.
아무리 똑똑해도 소비자를 이겨낼 브랜드는 없다. 자신의 사회적 위치가 높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낮아져라. 진심으로 낮은 자세로 고객을 섬겨라. '이들이 정말 우리를 아끼는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아이디어 발표를 하면서 내가 본 대구광역시 치과의사회분들은 그런 준비가 되어 있었다. 무뚝뚝해서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지 못하지만, 가슴속에 그 마음이 한가득인 경상도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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