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유인원부터 인간까지, 그리고 500년 뒤의 미래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김영사/ 2015

삼례 책마을. 강종진
삼례 책마을. 강종진

사피엔스. 과거 교과서에서 보았던 원숭이부터 두발로 걷는 인간까지의 그림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한동안 잊고 지내던 단어를 어느 날 책장에서 만났다. 인문학 분야 창의성과 독창성에 대한 폴론스키 상을 수상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쓴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책은 1부 인지혁명에서 4부 과학혁명에 이르기까지 유인원에서 현생 인류까지의 진화과정을 설명한다. 책의 시작이 주는 이미지는 과격하다. 우리 인간이 형제 살해범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7만 년 전 지구에는 최소 6종의 인간이 같이 존재했지만, 그 경쟁에서 승리한 것이 호모사피엔스라는 것이다. 그 승리를 가져다준 가장 큰 이유를 '뒷담화 이론'이라고 주장한다.

"뒷담화는 악의적인 능력이지만, 많은 숫자가 모여 협동을 하려면 사실상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 사피엔스가 약 7만 년 전 획득한 능력은 이들로 하여금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수다를 떨 수 있게 해주었다."(47쪽)

인간은 모든 동물 중 유일하게 상상을 할 수 있는 동물이라 한다. 그것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것들을 믿을 수 있게 되었고, 허구를 믿었으며, 다른 인간과 같은 목표를 가지고 협력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호모 사피엔스가 모두를 제치고 만물의 영장이 된 이유라 주장한다.

인간은 유목민적 생활에 익숙하고, 그에 맞춰 진화했던 농업혁명을 통해 정착생활을 하게 되어 쉴 새 없이 일하게 되었다. 인구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결국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게 된 것이다. 곡물만을 섭취하는 제한된 식사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졌고, 농경을 위해 키우던 가축들에게서 발생하는 질병이 인간에게 퍼져나갔다. 그렇게 인간은 나약해졌고 돈과 제국, 종교로 통합되어갔다.

저자는 제국주의를 양날의 검으로 표현한다. 역사를 좋은 쪽과 나쁜 쪽으로 이분법으로 나눈다면 제국을 나쁜 쪽으로 두고 싶다는 유혹을 느낀다고 한다.

"인도라는 현대 국가는 대영제국의 자식이다. 영국인들은 인도 아대륙의 거주자들을 살해하고 부상을 입히고 처형했지만, 왕국과 공국 그리고 부족들이 서로 전쟁을 하며 혼란스럽게 뒤섞였던 것을 하나로 통일하여 공통의 민족의식을 가지고 어느 정도 하나의 정치 단위로 기능하는 국가를 창조해냈다."(292쪽)

종교 또한 실존하지 않는 신을 향한 사피엔스의 믿음이라 표현한다. 모든 사회 질서와 위계는 상상의 산물이기 때문에 모두 취약하기 마련이라면서 사회가 크면 클수록 더욱 그렇다고 한다. 종교가 역사에서 맡은 핵심적 역할은 늘 이처럼 취약한 구조에 초월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 있다고 주장하면서 종교는 우리의 법은 인간의 변덕의 결과가 아니라 절대적인 최고 권위자가 정해놓은 것이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서 말한다. "우리는 머지않아 스스로의 욕망 자체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마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라고.

7만 년 전부터 500년 전까지의 발전 속도보다 500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발전이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불조차 다루지 못했던 인간은 그 어떤 동물도 위협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고, 지구 한쪽에 자리하던 인간은 지구가 좁아 우주로 나아가게 되었다.

지금 현재도 인류의 탄생부터 15만 년일 것이고, 500년이 지나도 15만 년일 것이다. 우리는 상상을 할 수 있는 동물이고, 500년 후의 삶도 상상할 수 있다. 초등학교 때 했던 공상 과학이 현실이 되었고, 지금 하는 상상도 현실이 될 것이다. 코로나로 힘든 요즘, 500년 뒤의 미래를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니까 말이다.

신호철(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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